고려아연, 한화·LG화학과 주식교환···경영권 분쟁 백기사?
고려아연, 한화·LG화학과 주식교환···경영권 분쟁 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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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3세 경영 본격화하며 갈등 분위기
㈜한화와 고려아연의 사업제휴 내용 (사진=㈜한화)
㈜한화와 고려아연의 사업제휴 내용 (사진=㈜한화)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LG화학과 ㈜한화가 최근 고려아연과 수천억원대의 주식교환을 한 것을 두고 사업제휴 목적보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따른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한화는 지난 23일 고려아연과 각각 2576억원, 1568억원 규모의 주식을 맞교환했다.

LG화학은 고려아연과 전지소재 분야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북미에서의 양극재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7월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기업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를 인수했다. 여기서 얻은 리사이클 리튬·니켈 등 광물을 LG화학에 공급하면 '리사이클 광물·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한화와는 고려아연이 추진중인 암모니아 국내 저장시설, 암모니아크래킹 시설, 수소 연료전지·수소가스터빈 발전소, 이산화탄소(CO2) 포집시설 건설을 함께한다. 또 고려아연이 해외 자원개발에 필요한 화약, 전자뇌관 등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한화가 미국에서 추진 예정인 블루암모니아  투자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신학철 LG화학 회장은 "업계 최고의 전문 역량을 보유한 두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시장에서는 전략적 파트너십보다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더 크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계열사다.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자가 설립한 이후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창근 회장 일가가, ㈜영풍 등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회장 일가가 각각 맡아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갈등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지난 8월초 한화H2에너지USA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약 4700억여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했는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고려아연 경영 3세인 최윤범 부회장과 친밀한 사이라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이후 영풍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 등이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6.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 외 장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합하면 31.25%다.

3분기 ㈜영풍의 연결기준 자산 총액은 6조1961억원인데, 이 중 고려아연의 장부금액이 2조3898억원을 차지한다.

특히 고려아연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조원을 넘은데 이어 올해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영풍 입장에서는 쉽게 끈을 놓을 수 없다.

최씨 일가는 LG화학·한화 등 우호세력에게 넘긴 자사주를 포함해 고려아연 지분을 27.8%까지 늘렸다. 장씨 일가와의 지분 차이는 3.5%로 좁혀졌다. 

안희수 이베스트 연구원은 "이번 자기주식 맞교환은 LG화학과 한화가 최씨 일가가 이끄는 고려아연을 사업 파트너로 지원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며 "최씨 일가의 독자적 신사업 추진, 안정적 경영권을 위한 것이라면 12월말까지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화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전례가 있듯이 LG화학이라는 든든한 사업 파트너를 두고 유상증자 선택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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