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이자 갈아타는 대환대출, 업권 간 희비···핀테크 나홀로 웃을까
싼 이자 갈아타는 대환대출, 업권 간 희비···핀테크 나홀로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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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2금융권 '고객이탈'·'수수료부담' 이중고
핀테크, 중개수수료 등 수익 다변화 기대
금리경쟁 미미해 차주 실익 크지 않단 시각도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업권 간 다른 이해관계 탓에 지지부진하던 '대환대출 플랫폼'이 금융당국 주도로 출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사가 대거 참여하게 되면 금리상승기 이자부담을 겪던 대출자들도 한시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금융업권 반응은 벌써부터 엇갈리는 분위기다. 금리상승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대폭 줄어든 은행, 2금융권에선 대환대출에 따른 고객이탈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개수수료, 플랫폼 영향력 확대 등도 부담 요인이다. 반면, 핀테크 업계는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공식화한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회사의 개인신용대출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단순 비교·분석을 넘어 대환신청과 대출실행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내년 5월 출시된다.

기존에는 금융사를 연결하는 온라인 시스템이 미비해 대환대출을 신청하려면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컸다. 앞으로는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더 저렴한 금리의 대출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내년 출시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탈사 등 국내 주요 금융사 50여곳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혜택을 받을 대출자도 많아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량 2금융권 대출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기회란 시각과 우량고객을 다른 은행으로 빼앗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현재까지는 고객이탈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출은 수익과 직결되는 은행의 핵심 사업인 만큼 플랫폼을 통한 고객 이탈은 수익성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플랫폼 참여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의 예·적금 유치 경쟁에서도 밀리는 상황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고객이탈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진단한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상대적으로 대환이 쉬운 카드사들도 고객이탈 비상등이 켜졌다.

저축은행과 카드사는 시중은행 대비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다 보니 대환 문턱이 낮아진다면 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찾아 곧바로 이용할 것이란 얘기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한 터라 이런 걱정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검토하는 저축은행은 전체 79개사 중 4분의 1수준인 20여곳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플랫폼으로의 종속 우려와 중개수수료 등은 금융권 공통의 부담 요인이다. 대환대출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놓은 핀테크들이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는 대출상품을 핀테크에 공급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대환대출 플랫폼은 개인신용대출을 우선 취급하기 때문에 카드론 등 신용대출 금리가 높은 금융업권을 이용하던 소비자들 중에서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빅테크사들도 고객 유치 차원에서 프로모션을 하는 등 금리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특히 2금융권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탈,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쓴웃음을 짓는 은행, 저축은행·카드사와 달리 핀테크 업계에선 기대감이 뚜렷하다. 그동안 플랫폼 내에서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핀테크 업체들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가 이뤄지면 몸집을 더욱 불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히 대출 상품 비교만 가능할 뿐, 실제 대환은 불가능한 데다 정작 주요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컸는데, 내년 5월 대환대출 플랫폼이 예정대로 출범된다면 실효성 제고, 중개 수수료 등 수익 다변화를 이룰 수 있어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당국이 내년 5월로 출시 시점을 못 박은 만큼 이번엔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은행이 플랫폼을 운영할 경우 경쟁 상대가 늘어나게 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고객 확대와 함께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융업권 간 갈등을 봉합하고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되더라도 업권 내 경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과 2금융권 고객군 자체가 다른 데다, 금리상승기 속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2금융권 고객의 대환대출을 반기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예상대로 업권 내 경쟁으로만 대환대출 플랫폼이 이용된다면 소비자 실익 자체도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 역시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자가 대환대출로 큰 이익을 보려면 결국 같은 업권 안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점프한다든지 업권 간 이동을 해야 하는데, 금리 상승기에는 금융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힘쓰기 때문에 업권 간 대환을 무작정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권 내 경쟁이라고 하더라도 조달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수준에 큰 차이가 있지 않을 뿐더러 플랫폼에 내야 하는 중개수수료 비용까지 생각하면 대출자 입장에선 대환에 따른 실익이 사실상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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