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탄소포럼]"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왜곡 심각"
[에너지탄소포럼]"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왜곡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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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발전사, 탄소배출권 100% 유상할당···국내 발전사 10%만 유상할당"
"시장안정화조치, 유럽선 유통물량 기준 시장 개입···한국 실제 진행 없어"
김태선 NAMU EnR 대표가 16일 서울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열린 제8회 에너지·탄소포럼에서 '한국-EU 탄소배출권 시장동조화 분석 및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유럽과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권진욱 기자)
김태선 NAMU EnR 대표가 16일 서울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열린 제8회 에너지·탄소포럼에서 '한국-EU 탄소배출권 시장동조화 분석 및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유럽과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권진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탄소배출권 관련 컨설팅 업체인 NAMU EnR의 김태선 대표는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은 준칙에 입각해 철저히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주먹구구식 구두로 운영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루비홀에서 서울파이낸스 주최로 열린 제8회 에너지·탄소포럼에서 '한국-EU 탄소배출권 시장동조화 분석 및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엽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곧 시행될텐데, 그들이 봤을 때 우리나라 배출권 시장은 제대로 된 시장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배출권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들이다. 유럽의 경우 발전사들은 100% 유상할당으로 충당하고, EU 31개 회원국 평균으로 보더라도 유상할당 비중이 평균 57%에 이른다"면서 "반면 국내 발전사들은 겨우 10% 수준이고, 나머지 90%는 정부에서 무상으로 받아 탄소배출권을 소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EU는 한국의 탄소배출권을 정부 보조금 성격의 기업 혜택으로 보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내 수출 기업들은 오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탄소세)가 시행되는 오는 2027년부터 수출량만큼 탄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은 자연스럽게 남은 배출권의 이월제한 조치와 연결된다. 유럽 시장에서는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소각하고 남은 배출권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개입할 수 없다. 당연히 다음해로 넘기는 물량을 제한하는 조치도 없다. 그러나 국내는 무상할당이 훨씬 많기 때문에 남은 물량에 대해 정부가 순매도량의 일정 비율만큼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유럽 시장과 한국 시장은 회전율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유럽 배출권은 85.9%가 장내에서 거래되고 회전율도 80%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 시장은 절반 이상이 장외에서 이뤄지고, 나머지도 기업간 협의나 경매를 통해 거래되고 있어 회전율이 7.8%에 그친다. 배출권 물량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드니 배출권 할당을 받은 업체들도 시장에 내놓기 보다는 일단 쥐고 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배출권 이행 기간인 6월이 되면 거래가 폭증하고, 그 이후 가격이 폭락하는 시장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시장 개입 방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은 유통되는 물량을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시장안정화조치(MSR, Market Stability Reserve) 상한 기준인 8억9000만톤을 넘어 배출권이 거래되면,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다른 계정으로 옮겨 유동성을 축소한다. 그러다 하한 기준인 4억톤 이하로 거래되면 옮겨뒀던 배출권 물량을 시장에 공급해 유동성을 높인다.

김 대표는 "유럽의 탄소배출권이 60~100유로 범위에서 거래되는 것도 이 같은 시장안정화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는 시장안정화 조치가 있음에도 정부는 구두로만 개입할뿐 실제 집행하지는 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시장에 룰이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니 제대로 된 배출권 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석탄-LNG 간 연료 전환비용과 탄소배출권 가격의 관계도 유럽 시장은 같이 움직이지만, 국내 시장은 완전히 따로 움직인다.

이론적으로 탄소배출이 적은 LNG 가격이 비싸지면 발전사들은 석탄으로 연료를 전환하고,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하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이 비싸진다. 반대로 LNG 가격이 낮아지면 탄소배출권 수요도 줄어 배출권 가격은 하락한다.

그는 "유럽은 연료 비용과 배출권 가격이 같이 움직이는데 비해 국내 시장은 보조금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달리 움직인다"며 "종국에는 우리 시장도 유럽의 CBAM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점차 가격 동조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배출권 시장은 2027년부터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2032년에는 전면 폐지하게 된다"며 "국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무상할당을 축소하는 등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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