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협의 검역주권 실효성 '논란'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검역주권이 한미 통상대표의 외교서한을 통해 명문화됐다. 정부가 20일 쇠고기 협상 추가 협의 사항의 핵심인 '검역주권'을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부실협상'에서 '실효성'으로 논점만 바뀌었을 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둘러싼 비판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한미는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추가 협의를 하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른 필요 조치를 인정하는 데 합의했다"며 "양측(통상) 장관의 서명이 담긴 서신 교환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실효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수입 중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광우병이 한국 국민에게 위해를 미친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한국의 입증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자칫 수입 중단이 통상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속에 정치권의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민불안이 해소됐다며 환영하고 나선 반면, 야권은 일제히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먼저, 한나라당은 "미국이 상대국의 검역주권을 명문화하는 데 동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번 추가협의는 재협상에 준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또 "추가협의로 국민불안도 해소됐다"면서 "쇠고기 문제를 더이상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 동안의 애매한 입장을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먹을거리 안전 등 국민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선진국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협정문 본안의 단 한 자도 고치지 못한 면피용 협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지금 30개월 이상을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 그렇다면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 국민을 확실하게 안심을 시키고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것이며, 그게 정부가 해야할 역할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도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반드시 협정문에 마련돼야 한다"면서 "추가협의 내용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정부가 GATT 제20조를 원용할 경우에 미국이 이것을 항변사유로 삼지 않겠다고 하는 사실을 명문화하지 않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들은 정부가 추가협상을 한 것 자체가 기존 협상이 '졸속'이었다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며, 재협상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주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와 관련, 야당들은 이날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자며 국회 '농해수위' 개의를 요구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야 3당은 21일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임시국회 막판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정부의 추가협의 내용 발표에도 불구 '미국산 쇠고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