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에 '경고장' 날린 금감원장···"정치적 외압 없다"
손태승 회장에 '경고장' 날린 금감원장···"정치적 외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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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간담회서 '라임펀드 사태' 관련 우리은행 공개 비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및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중징계를 받은 데 대해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정치적 외풍'이 작용했다는 우려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인데,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가 "우리은행 본점 차원에서 고의로 벌어진 소비자 권익 손상사건"이라고도 규정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공개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손 회장 측의 부담감은 한층 커지게 됐다.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하려면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하나, 이날 발언이 소송을 자제하라는 의도로 해석되면서다.

◇"'중징계' 결정, 정치적·이해관계 외압 없어"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점검 및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적 외압이나 이해관계의 외압은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손 회장에 문책경고를 결정한 금감원 제재 원안을 의결했다.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가 확정됨에 따라 사실상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손 회장 자리에 정권의 관료를 앉히려는 '정치적 외풍'이 작용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 원장은 "혹여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그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금융사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거버넌스를 전제로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대원칙이나 시장원리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그걸 저해할 움직임이 있다면 무조건 막을 것"이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같은 뜻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손 회장에 "현명한 판단 내려야"

이 원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고의로 벌어진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고도 규정했다. 그는 "(라임사태가) 일선 창구에서 벌어진 일을 본부에서 어떻게 알 수 있냐는 지적이 있는데, 라임사태는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고의로 발생시킨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사건으로 인식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라임펀드 사태는 '부당권유 금지조항 위반'이 핵심 사안이다. 당시 자본시장법에는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 △금융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행위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행위 등을 '부당권유' 행위로 간주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과정에서 이런 부당권유 행위가 있었던 것은 물론, 당시 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손 회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서 이 원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당사자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송 가능성 차단' 경고 해석도···연임에 영향 미치나

이날 이 원장의 발언으로 징계처분 취소소송 등 대응방안을 검토 중인 손 회장은 더욱 커진 부담감을 안게 된 모양새다. 업계에선 손 회장이 징계불복 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나, 당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특히 금융권 안팎에선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당국이 손 회장의 징계취소 소송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동시에 연임 자체를 반대하는 뉘앙스를 풍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중징계 결정 이후 1년 6개월 만에 제재가 확정된 시점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 이 원장이 손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이라는 워딩을 통해 간접적 압박을 가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손 회장의 연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당국의 입장이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우리금융 임추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사외이사는 한화생명, 키움증권, 푸본생명, 한국투자증권, 유진PE, IMM PE 등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물들로, 이들은 조만간 회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금융사 입장에서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라'는 워딩 자체가 소송을 자제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그룹 내부에서도 연이은 소송이 피로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소송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아직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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