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은행, 예금에 뭉칫돈 몰리지만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
[초점] 은행, 예금에 뭉칫돈 몰리지만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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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정기예금 한 달 새 48兆↑···800兆 돌파
요구불예금은 25兆 줄어···NIM 상승폭도 둔화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예금금리 4%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공짜 예금'이라고도 불리는 저원가성 예금은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있어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원으로 전월 대비 47조7232억원 증가했다. 한 달 만에 은행 정기예금에 48조원 가량의 자금이 몰린 것인데, 이는 연중 최대 규모다.

정기예금은 지난 4월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월별 증가 규모를 보면 4월 1조1536억원, 5월 19조1369억원, 6월 5조3192억원, 7월 27조3532억원, 8월 17조3714억원, 9월 30조6838억원, 10월 47조7232억원이다. 지난 7월부터 두자릿수 증가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은행들도 앞다퉈 예금 상품 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연 0.50%에서 현재 연 3.00%까지 1년여 만에 2.50%p(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지난 8월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행된 이후 은행들이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고자 수신금리를 대폭 인상한 것도 예금 인기에 영향을 줬다.

실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중인 정기예금 상품 9개의 평균 금리(12개월 만기 기준)는 연 3.99%로 4% 돌파를 앞두고 있다. 상품 9개 중 5개의 금리는 이미 연 4%를 넘어섰다. 12월 만기 기준 최고금리는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으로 연 4.71% 금리가 적용된다.

반면, 은행 마진에 영향을 주는 핵심예금인 '저원가성 예금'에서는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592조1983억원으로 전월보다 25조177억원이 줄었다. 요구불예금 감소세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됐는데 감소 규모는 7월 34조5261억원, 8월 13조7308억원, 9월 9조3846억원, 10월 25조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에 가까워 이자수익을 얻기보단 월급통장 등 잠시 돈을 예치해두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이 적어 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주식시장 등 투자시장이 호황기일 때에는 투자자금을 잠시 보관하려는 수요가 커져 요구불예금 잔액이 늘어나기도 한다.

은행 마진에 유리한 요구불예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주요 은행의 올해 순이자마진(NIM)의 상승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의 NIM은 올해 1분기 1.66%에서 2분기 1.73%로 7bp(1bp=0.01%p) 확대됐는데, 3분기엔 1.76%로 3bp 확대에 그쳤다. 신한은행 NIM은 1분기 1.51%에서 2분기 1.63%로 12bp 늘었다가 3분기엔 1.68%로 5bp 늘면서 증가폭이 둔화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1분기 1.50%→2분기 1.59%(9bp↑) △2분기 1.59%→3분기 1.62%(3bp↑)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분기 1.49%→2분기 1.58%(9bp↑) △2분기 1.58%→3분기 1.62%(4bp↑)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이자를 많이 줘야 하는 예금상품에 돈이 몰리고 마진 차원에서 관리해온 저원가성 예금에서는 많이 빠져나가니까 조달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NIM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텐데, 수익성 관리에 더 힘을 써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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