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사업 분리"···KT&G, 사모펀드 주주제안에 52주 신고가
"인삼사업 분리"···KT&G, 사모펀드 주주제안에 52주 신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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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일봉 캡쳐. (사진=키움증권HTS)
KT&G 일봉 캡쳐. (사진=키움증권HTS)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지사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가 KT&G에 인삼사업을 분리하라는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삼사업 분리 압박 소식이 전해지자 KT&G 주식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투자(IB) 업계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사모펀드(PEF)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올해 4월부터 KT&G 경영진과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이상현 FCP 대표가 직접 찾아가 5가지 주주제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시간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가 이 같은 요구 사안들을 KT&G에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KT&G 지분 1%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FCP는 KT&G의 주가가 15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FCP가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도 주주제안서를 공개하면서 향후 KT&G 경영진의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주제안서에는 "담배 기업이 인삼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FCP는 인삼 사업과 함께 부동산 개발 등 핵심 분야가 아닌 사업들에 대한 정리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전자담배 등 궐련형 담배의 대체 상품의 매출을 2027년까지 적어도 절반까지 끌어올리고, 세계 시장에 대한 진출 노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FCP는 KT&G의 주주환원 규모도 현재의 세 배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FCP는 KT&G 이사회에 주주들이 지명한 이사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WSJ은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외에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와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등 미국과 홍콩의 자산운용 업체들도 KT&G 지분을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성명을 통해 "KT&G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주주제안과 관련, FCP는 이미 KT&G 경영진과 비공개적으로 만나 논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FCP를 설립한 이상현 대표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칼라일 한국지사를 이끌었고, 싱가포르투자청(GIC), 맥킨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거쳤다.

KT&G에 대한 사모펀드의 공세는 2003년 칼 아이칸 사태 이후 약 19년 만이다. 이에 회사 및 1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7.55%) 2대 주주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지분 7.12%)의 대응책에도 이목이 쏠린다.

IB업계는 FCP가 이미 패시브펀드들과의 사전 조율을 진행한 이후 이번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 백복인 KT&G 사장은 해외 출장 중이라는 점에서, 회사 내부 이견을 조율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주가치 변화를 위해 다른 KT&G 주주들과 권리행사 등 다양한 협의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30위권 회사인 KT&G의 시가총액이 현금 및 자회사 가치에도 못 미치는 마이너스 EV(시가총액+순부채)라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며 “이는 KT&G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G는 장중 3.58% 뛴 9만26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삼 사업 분리 제안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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