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비투자 올해 대비 반절 줄여
"내년 수요 높은 DDR5시장 선도하겠다"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반도체 수요 감소 여파로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긴축 경영을 선언하며, 내년 투자와 생산량을 감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부 공장은 이미 감산에 돌입했다.
26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 당기순이익 1조10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 60.3%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인 매출 11조8593억원, 영업이익 2조1569억원 보다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실적 감소는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에 따른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짐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SK하이닉스는 D램이 특정 시나리오에서 내년 생산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가 줄어드는 경우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일정기간 동안 이처럼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해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가량 줄일 예정이다. 추가 감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내년 투자 감소폭은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조금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해 대비 내년 2023년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생산량을 감소하고, 당초 계획 대비 연말 선단 공정 비중도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회사 관계자는 "감산의 경우 전체 팹(공장) 내에 유입 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데, 팹 간의 제품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올리겠지만, 단기적으로 감산에 준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일부는 이미 적용돼서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수요 주도 제품과 연구개발(R&D) 등 필수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3분기 말 현재 1a나노미터 급 제품은 전체 D램의 20%, 176단 낸드플래시는 전체 낸드의 60% 수준 도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 DDR5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서버 D램 시장에서 DDR5 채택률을 20% 이상, PC는 30% 정도로 추정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조심스럽지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중국 공장에 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다만 EUV가 없어도 중국 우시 공장을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장비에 대한 라이선스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예상보다 어려움이 빨리 찾아올 것"이라며 "하지만 당장 (중국) 생산 기반에 변화를 주는 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