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국내 주요기업 임원들이 지난 2년6개월동안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약 1조원 가량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스톡옵션 행사이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카카오그룹이 차지했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올해 상반기 기준 시총 500대 기업에서 스톡옵션을 부여한 172곳 중 행사 내역을 알 수 있는 89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들 기업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벌어들인 금액은 총 9794억원에 달했다.
스톡옵션 행사이익은 스톡옵션 행사일 종가에서 행사가격(회사가 미리 정한 실제 매수가격)을 뺀 금액에 행사한 주식수를 곱한 것을 의미한다. 다만, CEO스코어는 이번 조사에서 스톡옵션 행사일은 확인이 불가능해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을 취득한 날을 행사이익 계산 시 기준일로 산정했으며, 조사 대상에서 직원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코스피 지수가 3300선까지 올랐던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이익 규모는 5475억원으로 전체의 55.9%를 차지했다. 2020년은 1956억원, 올해 상반기는 2363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별로는 카카오의 스톡옵션 행사이익 규모가 가장 컸다. 카카오는 2020년 170억원(11명), 2021년 351억원(10명), 올해 상반기 792억원(8명) 등 총 1312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1000억원을 넘겼다. 카카오페이(785억원, 8명) 등 계열사 3곳을 합하면 카카오그룹의 행사이익 규모는 2560억원으로 전체의 26.1%를 차지했다. 에코프로비엠 682억원(14명), 하이브 658억원(2명), 셀트리온헬스케어 588억원(7명) 등도 스톡옵션 행사이익 규모가 컸다.
스톡옵션 행사이익 규모가 큰 개인 상위 5명 중 3명이 카카오그룹 임원으로 나타났다. 개인별로 살펴보면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대표가 475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그 뒤를 이어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 409억원, 윤석준 하이브아메리카 대표 384억원,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가 각각 362억원, 338억원의 행사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류 전 대표와 이진 카카오페이 전 사업총괄 부사장(CBO) 등은 지난해 11월 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12월 초에 전량 매도해 비판 받았다. 이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 전 대표가 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상장사 임원 등 내부자의 대량 주식 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올해 3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취득한 주식도 상장 후 6개월간 매도를 제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사후 공시됐던 상장사 내부자의 지분거래가 사전에 공시되도록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부자들은 주식의 매매계획을 매매예정일 최소 30일 전에 사전 공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