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43살 은마' 재건축 환영하지만···"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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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주민들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 
"내년 5월 조합 설립 목표"···상가 동의·GTX 노선 등 산적한 과제
전문가 "은마 물꼬 텄어도 재건축 활성화 부정적···제도 개선 필요"
서울시가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한 가운데 심의 통과 다음날인 20일 오전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0일 오전에 찾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 추진 19년 만에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문턱을 넘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호재를 맞았지만 단지 분위기는 다소 썰렁했다.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아파트가 새로운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길 기대하면서도 그간의 지난한 과정을 지켜본 만큼 걱정이 앞선 모습이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강남권 대표적인 노후 대단지 아파트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28개 동(14층),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33개 동(최고 35층), 55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한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은마아파트에 10년째 거주 중인 50대 안 모씨는 전일 듣게 된 심의 통과 소식에 기뻐하면서 조속한 사업 추진을 기대했다. "준공 40년이 넘은 노후된 구축에서 살면서 가족들은 물론 주민들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소식에 발맞춰 사업이 속도를 내길 바란다"며 "수도 배관, 난방 배관 파열부터 방수, 주차난 등 문제가 한둘이 아녔고 벽에 금이 가고 싱크홀이 생기는 등 안전 문제가 심각했던 만큼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반기는 분위기는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 상정 임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 상정 임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부모님이 살던 아파트를 물려받아 20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47살 박 모씨는 "그간 잡음이 너무 많았고 조합 간 갈등도 심했기 때문에 '이번 생엔 안될 거다'라고 우스갯소리 할 정도로 사실상 자포자기했다"면서도 "전반적인 거주 환경 등 아파트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재건축이 되길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수년간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난 1998년 재건축사업을 시작하면서 재건축추진위를 구성한 뒤 사업을 추진했지만 수차례 사업이 무산되면서 23년째 답보 상태였다. 이 때문인지 주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0년째 거주 중인 40대 민 모씨는 "솔직히 재건축 말만 나오지 제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계속 엎어지고 해서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것 같다"며 "기본적인 시설이 별로기 때문에 꼭 재건축돼야 할 것 같은데 추진이 잘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거주 20년 차 40대 이 모씨도 "이렇게 대대적인 발표가 나도 엎어졌던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고 별로 큰 기대는 없다. 그냥 이번에는 조금 다르려나 라는 생각 정도"라며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데 아쉽거나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도 없다. 진행되더라도 몇 년은 걸리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준공 40년이 지나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은마아파트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아직 심의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탓에 단지 곳곳엔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서 내걸었던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 상정 임박'이라는 현수막이 그대로 있었다. 재건축 추진위는 당장 서울시 인가 소식에 기뻐할 새 없이 산적한 과제들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우선 조합 설립 과정에서 상가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은마아파트 앞에는 연면적 6000㎡ 규모 상가가 형성돼 있고 상가 조합원만 398명에 이른다. 재건축부담금 산정 대상에는 상가 시세가 반영되지 않는 만큼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 책정 수준에 따라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변경 문제도 과제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가 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준공 4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한 은마아파트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내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목표로 하는데 어제서야 인가가 났고 이제 시작이다. 전체 주민의 75% 동의, 과반 이상의 상가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당장은 아파트 가운데를 관통하는 GTX-C 노선 관련 탄원서 제출 등을 시급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봐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일부 매수자나 매도자의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거래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은마상가 내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들 은마가 난리났다는데 시장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며 "예전 같으면 이 같은 호재에 문의 전화나 시세 변동을 물어보는 전화로 정신이 없었을 텐데 이번에는 문의 전화가 두 통 정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기조와 시장 침체 속에 이번 계획안도 처음과 달라지면서 당장 매수세가 늘긴 어려워 보인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한 가운데 다음날인 20일 오전 은마아파트 단지 내 은마종합상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시가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한 가운데 심의 통과 다음날인 20일 오전 은마아파트 단지 내 은마종합상가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일각에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대장주 격인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심의 통과로 서울지역 도시 정비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경기가 불황인 만큼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은마는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것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재의 정비사업환경, 공사비 증가요인들과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감안했을 때 은마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 촉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이번 내용은 앞으로 방향성을 열어두는 수준으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 개선이나 경제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현시점에서는 어렵다고 본다"며 "규제 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조합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인데다 주택 시장이 악재에 가까운 지표들만 나오고 있어 5000세대 수준의 단지가 경제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찻잔 속 태풍' 같은 상황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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