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푸르밀, 비싼 원유값 탓에 폐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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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생산비 연동 우유 가격 결정 체계가 근본 원인" 주장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는의 모습. 2022.10.5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유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달 말 사업을 접기로 했다. 철수 배경으로는 오너 일가 경영 능력 부족, 신성장동력 부재, 우유 시장 축소가 꼽히는 가운데 유업계에선 생산비 연동 우유 가격 결정 체계로 인한 비싼 원윳값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짚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우유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1000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1.7% 성장률을 보이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유제품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6년 미국·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외국산 우유·유제품 관세 철폐까지 앞두고 있어 유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업황은 어려워졌지만, 원유 가격은 계속 올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이런 배경으로는 생산비 연동제로 계속해서 오르는 원유 가격이 지적돼왔다. 원유 가격을 결정할 때 생산비의 증감만 반영하는 제도 때문에 우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가격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원윳값을 용도에 따라 결정하는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이 제도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새 제도가 도입되면 유업체가 가공유 제품을 더 싼값에 사들여 유가공 제품의 판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값싼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버틸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우유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유업계는 이런 제도 개편에도 국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우유 원료로 쓰는 분말을 비롯해 수입산이 워낙 싸다 보니 경쟁 자체가 안될뿐더러, 국내 낙농산업 자체 제반 비용을 낮추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업계 한 종사자는 "차등제를 도입해도 마시는 음용유 가격은 그대로다. 치즈를 비롯해 가공에 쓰는 원유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대부분 값싼 수입산을 쓰고 있어 당장 우윳값이 내려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료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낙농산업은 외국에 비해 생산비가 많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원유 생산 비용 자체가 비싸고, 유업계가 사 오는 비용은 더 비싸니, 가격 문제는 쉽지 않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생산비 절감 대책까지 같이 추진하기 때문에 음용유 가격이 잡힐 것으로 본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담당자는 "차등 가격제와 더불어 생산비 절감 대책까지 같이 추진한다. 생산비엔 사료비와 부자재값까지 모두 들어가는데, 전체의 60% 차지하는 게 사료비"라고 말했다. 

그는 "사료비 절감 대책으로 사료 구매자금이나 조사료 쿼터를 확대 적용하며, 농가의 우유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제도적 부분을 손보고, 인센티브 개편안도 마련하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사료 쿼터가 확대되면 무관세가 적용되는 풀 사료 할당이 늘어나, 낙농가에서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난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농가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내년부터 젖소 육성우 목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농가에서 송아지 키우는데 필요한 인건비와 추가 비용의 절감을 위해 지원 사업까지 함께 추진하는 제도 개편"이라며 "생산비가 감소하게 된다면 음용유 가격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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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구 2022-10-20 17:36:26
해외 멸균우유 좋더라~ 국내 우유는 왜케 비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