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저축銀 부동산 PF 대출···금융리스크 전이 '신호탄' 되나
급증한 저축銀 부동산 PF 대출···금융리스크 전이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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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PF대출, 2018년 5.2조→2022년 6월 10.8조 '207.7%↑'
금리인상기 속 경기 침체 우려에 PF 연체율·미분양 주택 확대
업계 "리스크 관리 문제 없다"지만···"유동성 위험 유의해야"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가파른 금리인상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권 내 부실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부실 PF대출로 '저축은행 사태' 트라우마가 있기에 시장 내 위기감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PF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말 5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저축은행 PF대출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말에 각각 6조3000억원, 6조9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9조5000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급증했고, 올해 10조원도 넘어섰다.

PF대출은 건설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들은 건축 사업 자체로서의 가치 평가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와 전 정권 말기 부동산 시장 과열기가 맞물리면서 PF대출을 늘렸다.

과거에는 주로 은행이 대출을 담당하고 시공사들이 신용을 보강하는 형태의 PF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PF대출 주요 자금처는 2금융권으로 뒤집혔다. 건설사 재무구조 약화 및 은행권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서 고수익을 좇아 PF대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든 것이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지난 2014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15%에 달한다. 특히 은행권은 6조9000억원 증가한 데 반해, 제2금융권에서만 70조1000억원이 급증했다.

하지만 꺼지지 않을 줄 알았던 부동산 열기가 금리인상기 속 경기 침체 우려로 빠르게 얼어붙었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자 금융권 내 PF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PF대출은 일반적인 부동산 대출과 같이 담보로 잡을 건축물이 없다. 실체가 없는 사업으로 담보를 잡아야하니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때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미분양 사태 등까지 빚어질 경우 감내해야 할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PF대출이 우리 경제에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미 시장 내 지표로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1.2%에서 1년 새 1.8%로 뛰었다. 이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일부 지역 내 미분양 발생 등으로 자금 흐름이 막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PF 대출 연체가 증가한 영향이다.

경기 동향에 가장 민감한 주택시장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지난 8월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총 3만2722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1만7710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만5012채(86%)가 늘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의 경우 같은 기간 1509채에서 5012채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미 PF대출 건과 관련해 잠정 중단한 상황이며, 이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저축은행 업계는 PF대출에서 주관사가 아닌 협력사 개념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건당 금액으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과거 사태와 달리 업계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신중히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향후 경기 침체 및 부동산시장 악화 등에 따라 PF대출 부실위험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지난달 공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유동성이 낮은 일반주택 및 상업용 시설 관련 PF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부실화 시 실질 손실규모도 예전보다 커질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감독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PF대출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PF대출과 관련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시장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 특별지시사항'을 통해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특히, 강원도 PF-자산유동화증권(ABCP) 관련 이슈 이후 확산되는 시장 불안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부동산 PF 시장과 관련해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 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지난해 말(3.7%)보다 1%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 2019년 말(1.3%)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28조843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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