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미술로 평가하지만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아요"
"민중 미술로 평가하지만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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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내일부터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전
임옥상 작가가 오는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임옥상: ' 전' 작품 앞에 서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임옥상 작가가 오는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소개되는 가로 세로 12미터의 초대형 설치신작 '여기, 일어서는 땅' 앞에 서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민중미술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은 아닌데도 1970년대 민중미술의 한 부분을 장식한 것으로 저를 평가했죠. 저는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고 그려나갈 것입니다. 지금은 흙과 땅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현대미술 주요 작가 임옥상의 대규모 신작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을 오는 21일부터 2023년 3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전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강의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옥상 작가는 "작가로서 자유의지로 미술을 선택하고 특정한 것을 위해 나를 압박하고 속박하는 일은 없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놓지 않겠다. 정답을 찾으면 내 인생은 끝난 것이며 묶여 있다면 작가로서 생명을 다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런 임 작가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신작 설치작을 중심으로 전시된다.

대표작 '여기, 일어서는 땅'은 가로 세로 12m 높이의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눈길을 끈다. 임 작가는 "흙을 그대로 작품에 옮겨 놓아 심지어 트랙터 자국, 노루 똥, 개구리 흔적 등도 있다"며 "동학 운동을 소재로 그렸는데 땅을 바로 세우자는 것 아니었겠냐. 그래서 대형 그림으로 세워보았다. 그래도 작업을 한 파주 장단평야의 농부들이 다루는 땅에 비하면 초라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형미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위해 2주간 훈증 처리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 그림은 6전시실에 마련돼 있어 특별 프로젝트를 위한 전시실 공간을 체험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7전시실에는 평면 작품을 위치시키며 작가 초기 회화와 최근작을 깍지 끼듯 마주 이어 구성한다.

임옥상이 처음 작가 활동을 시작할 즈음 물, 불, 흙, 철, 대기 등의 물질적 요소들은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들판 저 멀리 보였던 불의 형상을 잊을 수 없었고 청년 시절에는 들과 산으로 들어가 직접 자신의 신체로 자연과 접촉하고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다.

미술관 내 중정(中庭)인 전시마당은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장소로, 작가는 이곳에 지름 4m가 넘는 웅덩이인 '검은 웅덩이'(2022)를 한가운데 만들었다. 그 속에는 검은 물이 가득 차 있는데, 바람과 풀의 흐름에 미세하게 영향을 받으며 흔들린다.

웅덩이를 ‘숨구멍’이라 칭하는 작가의 시선을 고려할 때 생태, 문명, 혹은 문화, 사회 등 어떤 관점이든 눈앞의 웅덩이는 ‘지금’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검은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대형 구상 조각 '대지-어머니'(1993)는 철로 제작된 작품으로 마치 흙이 들려 일어나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임 작가는 "어릴때 할머니 얼굴을 만지면 할머니가 좋아하셨다. 제 사진을 찍지 말고 한번 (조각 작품을) 만져 보시라"고 권한다. 

임옥상은 1950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04년, 2010년 베이징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들에 초대됐다.

근래 파주 장단평야의 실제 논에서 ‘예술이 흙이 되는’ 형식을 빌려 일종의 환경미술 혹은 대지미술, 현장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이는 작가의 오랜 인생관, 예술관이 복합적으로 엮여 펼쳐진 실천의 장이라 볼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말하는 임옥상 작가 (사진=김무종 기자)
기자회견에서 말하는 임옥상 작가 (사진=김무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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