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ABCP 100억 이상 '몰빵' 법인도 있었다
레고랜드 ABCP 100억 이상 '몰빵' 법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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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운용사 11곳, 보유···모두 고객계정
레고랜드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ABCP는 법인 고객들 계정에 편입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1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몇몇 증권사의 경우 법인 한곳 계정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규모가 레고랜드 ABCP를 편입한 것으로 취재됐다.

투자 자산의 성격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20년 사모펀드 사태 당시 펀드 계정에 수백억원을 몰아 투자해 일부 바이오 성장 기업들이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사례를 상기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사모펀드 사태와 이번 레고랜드 ABCP의 사태는 전자의 경우 불법적 요소가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자체가 보증한 ABCP의 경우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최상위 등급에 가까운 우량 자산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이번 사태로 법인들의 기업어음(CP)에 대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PI) 투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결국 고객만 피해를 보게 되는게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레고랜드 ABCP 2천50억원을 편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은 신탁, 위탁계좌 등 고객계정에 1천950억원을 나눠 편입했다.

신한투자증권(550억원),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각각 200억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투자증권(각각 150억원), 유안타증권·KB증권(각각 50억원) 등이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법인투자자 계정으로 ABCP를 편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투자자 계정이 포함되지 않아 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는 없으나, 증권사 고유계정 편입이 없다는 점에서 ABCP 관련 위험은 고객들에게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이외에도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법인투자자 대상 펀드에도 100억원이 편입됐다.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부동산 PF 시장은 한층 더 얼어붙었다. 이번 사태로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CP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분위기다. 

지난달 금리 4%대에 거래되던 PF ABCP는 이달 들어 레고랜드 사태 이후 8~10%대로 치솟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투자가 있다 하더라도 고객 계정에 피해가 갈 경우 두개의 투자는 별건이 된다"라며 "지자체가 보증한 CP는 이번 사태 이전만해도 신뢰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였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PF 사태로 인해 유동화증권 관련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다"며 "시장 상황도 악화하는 만큼 증권사 유동성 위기 역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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