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기업가치 평가 어려워"···잇단 IPO 철회에 시장 급랭
"적정 기업가치 평가 어려워"···잇단 IPO 철회에 시장 급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시 침체 지속 영향···상장 예심 통과 후 올해만 8곳 상장 계획 접어
쏘카·WCP, 몸값 대폭 낮춰 상장 강행 후 주가 내리막···IPO 의지 꺾여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상반기 부진을 딛고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하반기 더욱 위축되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다 포기한 기업이 잇따르면서다. 갈수록 침체되는 증시에 기업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하반기 기대주들이 일찍이 주목됐던 속속 상장 의사를 거둬들이면서 안 그래도 얼어붙은 IPO 투자심리 회복은 더욱 요원할 전망이다. 

골프존커머스는 전날 공모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11~12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예상을 크게 밑도는 부진한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골프존커머스 측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게임 '오딘'의 개발사이자 카카오게임즈의 핵심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수요예측을 하기도 전에 IPO에서 중도하차했다. 지난달 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13일 만이다. 공모 규모 최대 6042억원대로, 올해 코스닥 최대어로 거론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증시 침체에 더해 끊임없는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중복 상장 논란 등이 불거지자 상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로써 올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IPO 계획을 접은 기업은 8곳에 달한다. 1월 몸값이 최대 10조원대로 추산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에서 흥행 실패하면서 공모를 철회했고, 5월에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테림페이퍼 등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백지화했다. 

7월에는 현대오일뱅크가 2012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공모를 포기했다. 정유 업황 호조에 견조한 실적이 예상됐지만, 부진한 시황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상반기 위축된 IPO 시장 분위기는 하반기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외려 부진한 양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 공포 등 겹악재에 증시가 부쩍 침체된 상황에선 IPO를 통해 몸값을 온전히 평가받기 매우 어렵다"며 "이에 업황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도 증시 입성 계획을 접고 보다 좋은 시장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의 경우, 시장이 호황을 이뤘던 과거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잡고 상장을 강행하다가 계획이 틀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앞서 수요예측 부진에도 몸값을 대폭 낮춰 상장을 강행한 기업들이 상장 후 주가가 크게 부진하면서 예비 IPO 주자들의 의지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쏘카와 더블유씨피(WCP)는 수요쳬측 부진으로 공모가를 희망 밴드 대비 최대 40%가량 낮춰 상장했지만, 현재 공모가 대비 각각 40% 하락한 상태다. 

상장 주관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이 뼈아팠다. NH투자증권은 'IPO 대어'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의 상장을 주관했지만, 모두 줄줄이 IPO 의사를 접었다.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라이온하트도 상장을 철회하면서 올해 공모 실적은 지난해(3조7439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도 증시의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비 상장사들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내년 IPO를 염두에 둘 것"이라며 "대어급 기업보다는 몸값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급 부담이 적은 중소형주가 상장을 타진하는 사례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