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화건설, 14조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 철수···왜?
[초점] 한화건설, 14조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 철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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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공사 미수금 약 8900억원···"손실 선제적 대응"
대우조선해양 인수 앞두고 그룹 차원 '부실뇌관' 제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사진=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사진=한화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한화건설이 지난 2012년부터 김승연 그룹 회장의 진두 지휘 아래 전사적으로 추진했던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사가 중단된 지 2년여를 넘기고 있는데다 발주처인 이라크 정부의 공사비 미지급 등 계약을 위반으로 향후 발생할 손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최근 '비스마야 신도시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공사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한화건설이 NIC에 전달한 계약 해지 통지에 따른 효력은 오는 21일 이후 발생한다. 

한화건설이 2012년 단독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동쪽 10㎞ 부지에 10만 가구 주택과 학교, 병원 등 19개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가 약 14조5000억원(101억 달러)에 이르는 데다 중동 사막에 판교 두 배 이상 면적에 신도시를 세우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수주 후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수차례 이라크 현지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인 사업이다.

그러나 이라크 정세불안과 코로나19 확산 등 여파로 공사가 사실상 멈춰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화건설 반기보고서를 보면 사업 공정률은 6월 말 기준 주택사업 45%, 사회기반시설 29%다. 2년 전 같은 기간 공정률 43%, 27%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회사가 사업을 백지화한 것은 공사대금 지연 및 미지급 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향후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건설은 공사 시작 전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수금과 기성금으로 43억2200만달러(한화 약 6조1588억원)를 받았다. 이는 총 공사대금인 101억2000만달러(14조4210억원)의 43% 수준이다. 공사 미수금은 6억2900만달러(8963억원)다.

한화건설은 "계약상의 권리 행사와 분쟁 절차를 통해 미수금을 최대한 회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건설이 지주사인 한화에 흡수되는 점도 사업 철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합병 전 부실을 덜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다. 한화건설은 다음달 1일 100% 모회사인 한화로 흡수 합병될 예정이다. 이라크 정부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손실이 계열사를 넘어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다.

한화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제3자 배정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토대로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건설의 부실이 자칫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선수금 잔액이 미수금과 비슷한 규모로, 상계처리하면 실질적 손실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현재 계약해지 공문을 보내 통보했으며 3주 후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라크 측과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합병 전 사전작업' 주장에 대해서는 "시기가 유사한 것일뿐"이라며 "현금 흐름상 상계 처리를 통해 손실이 없는 시점이 도래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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