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기준금리 3.5% 다수 견해"···내달에도 '빅스텝' 가능성 (종합2보)
"최종 기준금리 3.5% 다수 견해"···내달에도 '빅스텝' 가능성 (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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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2.5%→3.0% 인상···10년 만에 3% 금리
高물가·환율에 미국과 내외금리차 등 불안 요인 많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이 앞서 제시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깨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1bp= 0.01%)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물가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갈수록 커지는 미국과의 내외금리차 우려로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금리인상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이견이 제기됐지만, 중립금리 수준으로 물가를 제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내달 연속 빅스텝이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금리 역전 확대 우려한 한은···"고환율 등 금융안정 위협"

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50bp 인상했다. 지난 7월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뒤 3개월 만에 다시 한 번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이달까지 250bp를 인상했다.

이 총재는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 대부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더욱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금리인상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조속히 안정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깨면서까지 빅스텝을 단행한 배경에는 내외금리차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를 꼽았다.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미국(3.0~3.25%)과 한국 간 금리 차이는 최대 25bp로 줄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견해를 수차례 강조했고, 내달에도 최소 빅스텝 이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외화유출 및 환율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과거 외환위기·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었던 달러당 1400원선을 넘어섰는데, 한은은 원화의 평가 절하 수준이 매우 빠르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9월 들어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것이 (빅스텝 결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면서 "당초 물가상승률이 (10월께) 정점에 달한 뒤에 떨어지는 경로를 예상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존 경로보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기간 낮추는 위험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원화 평가 절하는 자체적으로 여러 경로에서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외화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환율 절하에 따른 마진콜(투자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등 외화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다. 그것이 국내 금융시장에 전이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50bp를 인상하자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 "긴축 지속하되, 인상폭 제시 어려워···FOMC 결정 볼 것"

이 총재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한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고, 5%를 상회하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함께 올라서게 된다"면서 "이런 경우 물가를 중심으로 금리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물가가 소폭 떨어진다고 해서 금리인상 기조가 사라진다고 기계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최종금리 기대치가 3.5%에 달한다는 예상이 합리적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다수의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시장 전망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인상폭과 관련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빅스텝 결정에서도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7~8월 자신있게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놨던 것은 금통위원간 컨센서스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세계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환율이라든지, OPEC 감산 소식 등 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5%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면 중립금리 수준으로 잡을 수 있을지, 더 올려야 할 지 금통위원 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1월 인상과 관련해서는 내달 연준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 및 국제 에너지가격 움직임 등 대외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면서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불확실성을 매우 강조한 한은이었지만,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내달 금리 결정까지 지속해서 제기될 전망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25bp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했고, 최종금리 상단이 3.5% 수준이라는 점 등은 11월 빅스텝 기대감을 약하게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달 빅스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전제 조건들이 11월에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11월 FOMC에서 빅스텝 수준으로 금리인상폭이 줄어들고, 외환시장의 빠른 안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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