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마이크론 감산에 삼성·SK 초고적층 경쟁 주춤?
'풍향계' 마이크론 감산에 삼성·SK 초고적층 경쟁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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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플래시 3위 키옥시아도 감산 공식화
200단 경쟁 위축···"내년 하반기 완화 예상"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낸드 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경기 침체로 인해 감산을 공식화했다. 이에 우리나라 텃밭으로 불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2019년 불황기 수준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낸드 플래시 가격 타격이 예상 돼, 초고적층 경쟁을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다툼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최초로 지난주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을 공식화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30% 줄어든 80억달러(11조4000억원)를, 웨이퍼 장비 투자 또한 50%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에 이어 낸드 플래시 3위권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도 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30%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가전 등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 소진 등을 위해 연달아 감산을 결정한 것이다. 잇단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감산 결정은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의 계약가격은 아직까지 총 생산원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낸드플래시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카드와 USB에 들어가는 낸드 플래시 범용제품의 이달 초 가격은 4.30달러로 지난 달보다 2.55% 하락했다. 낸드 플래시 가격은 지난 6~7월에 6% 가량 떨어진 데 이어, 9월까지 약세를 보였다.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도 직전 분기보다 평균 15~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낸드플래시 초고적층 경쟁이 다소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238단 낸드 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에 삼성전자 또한 빠른 시일 내 200단 이상 기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하이닉스보다 빠르게 '마의 200단'을 넘은 마이크론이 4분기부터 232단 제품 생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이번 감산 결정으로 인해 176단 낸드 플래시 생산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키옥시아 또한 4분기부터 주력제품을 112단에서 162단으로 교체하려 했으나, 해당 계획이 이행되기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즉, 200단 이상의 낸드 플래시 기술을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마이크론·키옥시아와 달리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 설비를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오히려 혹한기 점유율 확대라는 반전을 노리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SK그룹은 내년까지 반도체·소재 분야에 48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신규 반도체 공장 M15X를 이달 착공해 공장 건설과 생산설비 구축 등에 5년간 약 15조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7월 경기도 평택시의 3공장(P3)을 가동한 데 이어 P4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2046년까지 1921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 11곳을 짓는 중장기 사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요 부진에 따른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차세대 D램으로 불리는 DDR5 수요 증가와 더불어 데이터센터 등에서 CPU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2019년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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