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방어 총력··· 2분기 154억달러 순매도 '역대최대'
외환당국, 환율 방어 총력··· 2분기 154억달러 순매도 '역대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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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연속 순매도···달러 유출 위험 '여전'
미국 달러화. (사진= 픽사베이)
미국 달러화. (사진= 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외환당국이 지난 2분기 외환시장에서 154억1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달러를 사기보다 많이 팔았다는 것을 뜻하는데,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오름세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적극 풀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 우려로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역(逆) 환율전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외환당국 순거래' 내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실시한 외환순거래액은 154억1000만달러 순매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장안정화조치 내역을 공개한 뒤 가장 많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의 순거래액은 작년부터 꾸준히 순매도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순거래액이 일시적으로 '제로' 수준을 보였던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분기 1억300만달러의 순매도로 시작해 △3분기 71억4200만달러 △4분기 68억8500만달러 △2022년 1분기 83억1100만달러 등 4분기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2분기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록했던 분기별 순매도 규모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우려로 연결된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 긴축 기조가 강화됐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2분기 중 장기화해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됐다"면서 "이에 미국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도 많이 올라갔고, 원화의 경우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동조화(커플링) 현상을 보이며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달러 유출 위험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6월 중 당시 '빅피겨'(큰 자릿수)인 달러당 1300원을 돌파했고, 이달 들어서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에서만 볼수 있었던 수준인 1400원까지 돌파했다.

이에 이달 외환당국은 올해 다섯 번째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물론, 지난 16일과 19일에는 각각 약 10억달러 규모로 시장에 개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에는 외환거래 달러주문량 및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주요 수출입기업들과 만나 달러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말 기준 4364억달러로 집계됐다.

게다가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가 보유한 미국 국채 역시 1123억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말(1312억달러)보다 189억달러(14.4%) 줄었다.

'킹달러'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주요국 통화 및 기축통화라고 해도 일방적인 글로벌 달러 강세 앞에 모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는 한때 달러당 145엔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과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금융당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영국도 영란은행(BOE)이 긴급히 시장에 개입하며 시장을 진정시켰지만, 어수룩한 재정·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환당국은 위기감이 고조되는 데 대해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대외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위기가 도래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성욱 기재부 차관보는 "외환보유액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쓰라고 있는 것이며,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외화자산을 뜻하지도 않는다"며 "외환보유액은 즉각 쓸 수 있는 돈이다. 묶여 있다고 표현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위기 상황에서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외화 순현금 유출액 대비 현금화가 쉬운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은행 외화 LCR는 지난달 기준으로 123.7%를 기록해 정부 규제 수준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미국발 고강도 긴축 우려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보다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은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자금이탈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 원화는 위기에 취약한 통화"라고 지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 역시 "위기를 겪은 아시아 각국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외환보유액을 늘려 환율을 방어했지만,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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