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메리츠금융, 설립 100주년···'위대한 기업' 도약
진격의 메리츠금융, 설립 100주년···'위대한 기업'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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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설립 100주년을 계기로 그간 걸어온 '좋은 기업' 수준을 뛰어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계열사 메리츠화재는 1922년 우리나라 최초 손해보험사인 '조선화재해상보험'으로 출발해 10월 1일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사이트에 따르면 그룹 양대 주력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통합 자산은 90조원에 육박한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당시 메리츠화재(당시 동양화재)와 메리츠증권의 통합 자산이 3조3000억원 수준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간 27배가 넘는 폭풍성장을 이뤄냈다. 

이같은 성장을 견인한 저력은 변화와 혁신, 치밀한 리스크관리, 아메바 경영, 최고 경영진과 임직원간 깊은 신뢰 등으로 요약된다. 

변화·혁신 속에 치밀한 리스크 관리를 이뤄내는 건 쉽지 않다. 공격적 영업을 하다보면 리스크 관리는 후순위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무거운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의식을 갖고 운영하도록 하는 이른바 '아메바 경영' 역시 임직원에 대한 어지간한 신뢰를 갖지 않고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경영 방식이다. 사안에 따라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가며 유연성을 발휘하려면 매우 탄탄한 신뢰감이 형성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처럼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경영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탁월한 수치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6251억원, 당기순이익 77억원으로 업계 14위 수준에 그쳤다.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증권사가 10여년만인 2021년 말 기준 자기자본 5조3344억원으로 8배가 넘게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7829억원으로 100배나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기준 업계 6위의 명실상부한 대형 증권사다.

메리츠증권은 대출과 구조화의 노하우를 활용해 대체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의 투자 등으로 눈을 돌렸다. 수익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꾀한 것이다. 기업금융(IB), 트레이딩 등 기존 증권 산업이 주력해 온 평범한 길 대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고, 이는 폭풍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2011년 이후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순위 대출 시장을 발굴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을 높인 것은 결국 실적 개선의 견인차가 됐다. 2011년 당시 금융시장에는 대규모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부동산PF는 위험하다는 막연한 인식이 퍼져 있었다. 메리츠증권은 경쟁사들이 투자를 꺼릴 때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택한 것이다.

이처럼 혁신의 DNA를 키우며 퍼스트무버(first-mover)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리스크 관리에는 헛점이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PF 거래 가운데 부실화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집요할 정도의 치밀한 리스크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건설 중인 부동산을 차질 없이 준공할 수 있도록 탄탄한 자본력 등을 갖춘 시공사와 책임 준공을 약정하거나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준공을 보장하는 딜(거래)을 구조화했다. 금리가 좀 낮더라도 부동산 대출의 95%를 우선 상환 받을 수 있는 선순위 대출로 구성했다. 이같은 과정에는 '구조화 금융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의 금융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리더십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물론 퍼스트 무버에게는 많은 시선이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말단 직원까지 관련 부서 전원이 들어와 '끝장 토론'을 할 만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격의 없는 검증을 거치는 메리츠증권의 문화는 객관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토대가 됐다.

또 이는 수치를 담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440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증시 침체기에 증권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전년 대비 10.2%의 두자릿수 성장을 이뤄냄으로써 리스크 관리에도 능통한 증권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같은 선택과 결과가 있기까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및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의 임직원들에 대한 신뢰는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조 회장의 계열사 관리 방식은 전문경영인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들의 결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양대 부회장은 각각 업계에서 최장수 CEO로 이름을 올렸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왼쪽)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각 사)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왼쪽)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각 사)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2015년 CEO로 선임돼 3연임에 성공, 2024년 3월까지 최소한 10년간 임기를 이어간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010년 2월 메리츠종금증권 CEO에 올라 12년째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다. 올해 초 4번째 연임을 확정하며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최고 경영진의 신뢰는 임직원 개개인이 마치 독립적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주인 의식을 갖도록 하는 '아메바 경영'이 가능케 했다. 

메리츠화재는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쪼개 임직원 개개인이 각자의 성적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성과가 났을 때는 확실한 보상도 뒷따른다. 이른바 '사업가 마인드'를 직원 개개인이 갖도록 함으로써 실적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그간의 성장도 눈부시다. 2011년 총자산 8조원, 2012년 9조원을 돌파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총자산 20조원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 27조8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화재의 총자산은 28조3197억원으로 집계돼 3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 목표는 2025년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것", "장기인보험 1등, 당기순이익 1등, 시가총액 1등이 바로 그것"

이는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 취임 10년을 맞이하는 2025년을 바라보며 내세운 경영 목표다. 그는 수년안에 업계 2~3위가 아닌 당당한 업계 1위 회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의 없는 토론을 하는 최고 경영자의 소통의지. 임직원에 대한 탄탄한 신뢰. 경영목표를 위해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조직 체계 구성.

금융 업계는 100주년을 맞이한 메리츠금융그룹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조건을 이미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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