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또 '검은 수요일'···증시 2년여 만 최저·환율 장중 1444원
금융시장 또 '검은 수요일'···증시 2년여 만 최저·환율 장중 144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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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침체 공포에 코스피 2.45%·코스닥 3.47%↓···亞증시도 '뚝'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카카오 '신저가'···증시 시총 54조 증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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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글로벌 침체 공포에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고꾸라져 하루에만 시총이 54조원가량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여 만에 치고치를 기록했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54.57p(2.45%) 내린 2169.29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17.71p(0.80%) 하락한 2206.15에 출발한 지수는 오전 한때 2220선에 안착했지만, 이내 낙폭을 3% 이상 확대하며 장중 2151.6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 2020년 7월10일(2150.25)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다. 

투자주체별로 11거래일 연속 '팔자'를 외친 외국인이 1506억원, 기관이 1783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은은 326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비차익거래 모두 매도 우위로 총 2498억58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에 더해 유럽발(發) 악재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형국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수요 부진을 이유로 올해 새 아이폰 생산을 늘리려는 계획을 취소했다고 이날 오전 보도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노르트스트림-2'의 가스 누출 사고도 유럽 경기침체 이슈를 부각해 금융시장에 불안을 더했다.

이에 국내 외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부진했다. 홍콩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611.16(3.42%) 떨어진 1만7249.15에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2.61%), 중국 상해종합지수(-1.58%), 니케이225지수(-1.50%) 등도 동반 급락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노드스트림 가스관 유출, 영국 감세 이슈, 미국의 푸틴 핵 사용 감시 강화, 애플의 생산량 확대 철회가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수요 미달에 생산량 확대 계획을 접는다는 애플의 소식에 국내 전기전자 업종은 외인들의 대량 매물이 출회됐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비금속광물(-4.65%)과 기계(-3.81%), 화학(-3.64%), 운수장비(-3.53%), 건설업(-3.47%), 전기가스업(-3.39%), 통신업(-3.01%), 의료정밀(-2.74%), 운수창고(-2.62%), 전기전자(-2.61%), 종이목재(-2.60%), 보험(-2.57%), 제조업(-2.53%), 철강금속(-2.46%), 서비스업(-2.45%) 등 대다수가 떨어졌다. 의약품(1.10%)은 홀로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선 대장주 삼성전자(-2.40%)와 SK하이닉스(-0.98%), NAVER(-1.96%), 카카오(-4.05%) 등이 52주 신저가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LG에너지솔루션(-2.36%), 삼성SDI(-3.92%), LG화학(-4.04%), 현대차(-3.49%), NAVER(-1.96%), 기아(-3.40%), 카카오(-4.05%) 등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1.72%), 셀트리온(0.60%) 등 바이오주는 급락장 속 올랐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23곳)이 상승 종목(91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17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24p(3.47%) 내린 673.87로 마감했다. 전장보다 1.73p(0.25%) 하락한 696.38에 출발한 지수는 오전 한때 반등해 700선을 터치했지만, 이후 외국인의 뚜렷한 매도세에 반락한 뒤 장중 낙폭을 4%대 이상 확대했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2020년 5월7일(668.17)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2.97% 급등한 26.59로 마감해 지난 3월 8일(28.95)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2조9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1조2000억원 각각 시총이 증발해 하루 새 증시에서 시총 54조1000원 가량이 증발했다.

증시가 고꾸라지는 사이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421.5원)보다 무려 18.4원이 뛴 1439.9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이 1440원 턱밑에서 마감하면서 지난 26일 기록했던 연고점(1431.3원)을 뚫어낸 것은 물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0원 오른 1425.5원으로 개장해 장중으로는 1444.2원까지 올라섰다. 이 역시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연고점을 경신한 것은 물론,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환시장에서 '킹달러'를 막을 재료는 전무했다.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 비(非)달러 통화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경기 침체, 지정학적리스크 이슈 모두 안전자산인 달러를 향해 있다. 고공행진하는 환율에 당국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1440원 상단을 제한하기도 했으나, 이는 종가를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위안화는 개장부터 성장률 충격에 급격히 흔들렸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중국 연간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4~5%)보다 대폭 하향 조정한 2.8%로 내리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키웠다. 이에 위안화는 달러당 7.23위안대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지난 2008년 2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이날 오전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의 급작스러운 폭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천연가스(네덜란드 기준) 10월물 가격은 장중 10% 이상 급등했다. 이는 곧 유럽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유로화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파운드화 급락 여진도 이어졌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역외시장에서 0.7% 가까이 급락한 1.06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역시 과거 1985년 3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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