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3高 악재' 속 5번째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연착륙 가능할까
[초점] '3高 악재' 속 5번째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연착륙 가능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대출 '3년 만기연장·1년 상환유예' 시행
당국 "부실 단순 이연이 아닌 상환 능력 회복"
은행, 연장에 따른 누적 리스트 관리 '최대 고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및 재도약 지원방안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또다시 연장한 것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차주들의 자금난이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예정대로 이달 조치를 중단할 경우 대규모 부실 발생에 이어 사회·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고육책이다.

금융권도 5차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숨통은 다소 트이게 됐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금융지원 연장이 부실을 더욱 키우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적잖다.

◇"경제·금융여건 악화, 연장 불가피"···만기연장·새출발기금 '투트랙'

27일 금융 당국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및 연착륙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하고 있는 차주에게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새출발기금 신청접수가 시작되는 내달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지원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던 당국이 다섯 번째 연장을 택한 배경으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금융여건 악화가 꼽힌다.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상환여력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산소호흡기가 떼는 순간 대규모 부실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방안은 이전처럼 일률적인 연장 대신 차주들이 상환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방향으로 짜였다. 연명치료를 연장하되, 차주가 채무조정을 원할 경우엔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당국이 강조하는 지점도 부실의 단순 이연이 아닌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종전의 4차 재연장시와 달리, 부실의 단순 이연이 아닌 근본적 상환능력 회복을 위해 상환유예 지원기간 중 정상영업 회복 이후의 정상 상환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토록 했다"며 "금융회사에 짐을 다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125조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많은 지원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예고된 대로 연착륙 방안이 나오자 소상공인과 중기업계는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해당 조치가 발표된 직후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환영한다"며 회복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상승기 속 부실우려 '쑥'···'새출발기금' 실효성 논란도 여전

은행권도 이번 조치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당장 금융지원을 종료하는 것보다는 취약차주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연장 기간 자체가 길어진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한 부실이 계속 물 밑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지난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2%로, 지난해 6월 0.25%로 떨어진 이후 0.2%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낮은 연체율은 금융지원 조치로 인한 착시효과다.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으로 연체 발생이 급격히 줄었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실제 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362조원가량 대출에 대해 금융지원을 실시했는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아직 141조원가량이 남은 상태다. 대상자는 57만명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금리상승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취약차주 관련 대비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만기연장에 대해서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금리가 급격히 오를수록 휘청이는 차주들이 늘어날 텐데, 이번 연장이 부실을 키우는 화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스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차주에게 선택지로 주어진 새출발기금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 금융활동이 불가능하다는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새출발기금을 이용하려는 차주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이 이뤄지면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 등록으로 카드발급 제한 등 페널티를 받게 된다. 더구나 은행들도 금리상승 여파로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굳이 대출채권을 넘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모습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이 연장된 상황에서 몇 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등 페널티가 있는 새출발기금을 굳이 이용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며 "땜질 처방이 이어지는 탓에 은행권에서는 갈수록 누적되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최대 고민거리"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