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환헤지' 숨통 트일까···정부 80억달러 선물환 매입
조선업 '환헤지' 숨통 트일까···정부 80억달러 선물환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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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일봉 차트. (사진=키움증권 HTS)
삼성중공업 일봉 차트. (사진=키움증권 HTS)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정부가 국책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통해 수출기업 선물환 80억달러를 매입해 외환시장의 숨통을 틔우기로 했다. 이는 최근 조선사 등 수출입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하면 향후 받을 수출 대금의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환헤지)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한다. 선물환 신용한도, 선수금 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등은 그간 조선사들의 수출 확대를 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혀 왔다.

26일 기획재정부와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외환 수급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중이다. 정부는 은행권 신용한도를 점검하고, 기존 거래 은행이 선물환 매입 한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기존 거래 은행으로 부족할 경우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이 조선사의 신용한도를 확대·흡수한다.

다만 이같은 소식에도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국조선해양 등 조선주는 이날 오전 9시 26분 기준 마이너스 3~6%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피가 3%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증시 약세 영향으로부터 조선 업종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은행들은 조선업체에 부여된 신용한도의 증액을 타진해 왔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다. 영업 측면에서는 신용한도를 증액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는 마냥 한도를 늘려주기 어려운 면이 컸다. 장기간 이어졌던 업황 부진의 여파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률 등의 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 중에는 조선업체와 선물환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마저 있었다.

이에 외환당국이 외평기금 등을 활용해 선물환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말까지 약 80억달러 규모조선사 선물환매도 물량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으로 연결되게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과 외환 당국이 외환스와프를 맺은 데 이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를 도와 외환시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해들어 대형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선물환 거래를 위한 은행들과의 신용한도 장벽에 부딪히면서 수출 확대에 애로를 겪어 왔다. 이에 더해 미국 중앙은행(연반준비제도 / Fed)이 이달에도 기준 금리를 75bp 인상한데 이어 올해 말에도 이같은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를 뚫고 치솟았다. 

조선사들은 수주 이후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위험을 회피해야 한다. 그러나 선물환 거래를 위한 은행들과의 신용한도는 더욱 부족해진 상황이다. 특히 올해들어 '카타르 프로젝트'의 발주로 인해 대형 수주가 크게 확대되면서 선물환 거래는 더욱 녹록치 않게 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사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외평기금을 활용해 조선사 등 수출업체의 선물환을 직접 매입해 그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가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안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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