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황제주'도 소수점 거래 가능···시장 반응은 미온적, 왜?
[초점] '황제주'도 소수점 거래 가능···시장 반응은 미온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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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국내 소수점거래 허용···주요 증권사 서비스 순차적 시작
대형·고가 주식 접근성 용이···소액투자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도움
증시 부진 지속에 실효성 '글쎄'···"거래 축적 후 2~3년 지나봐야"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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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 대학생 A씨는 최근 유망하게 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매수하고 싶었지만, 8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였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고가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0.1주로도 살 수 있게 된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지면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7개 증권사는 이르면 26일부터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소수점 거래는 온주를 여러 개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을 쪼개 소수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동안 일부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에 한해 가능했지만, 국내 주식에도 도입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한국예탁결제원가 국내 24개 증권사의 국내 주식 소수단위 거래서비스를 혁심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소수단위 주식 주문을 취합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운 후 자기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한다. 이후 거래가 체결돼 취득한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게 된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도 1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주식을 쪼개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게 되고, 종목당 최소 투자금액이 낮아져 투자자의 주식투자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소규모 투자금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 투자자의 위험관리와 수익 다변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고가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용이해지고, 소액으로도 분산 투자를 할 수 있어 위험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개선 효과로 인해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수점 거래의 실효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적은 편이다. 특히 증시 활성화 효과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부진이 워낙 심화해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든 점이 시장의 미온적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싼 주식을 쪼개 사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 증가하겠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증시가 뚜렷한 조정기를 겪으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의 이탈이 심화한 상황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래가 축적되는 과정을 지켜봐야하는데,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최소 2~3년은 지나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주 단위 거래에 비해 거래 체결 속도가 늦고, 실시간 거래가 어렵다는 점,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점 등도 소수점 거래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또,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정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계열사 종목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가령,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카카오를, 삼성증권에서는 삼성생명, 현대차증권은 현대자동차 등에 대한 소수점 거래가 불가능하다. 

서비스를 준비하는 증권업계 반등도 미온적인 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황제주'는 전무하고 50만원 이상 고가 주식도 드물어지면서 소액으로 종목을 쪼개 사는 수요가 많을지도 의문"이라며 "전체 거래량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하는 바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며 시장 상황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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