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한미 금리 재역전···한은 '빅스텝' 밟나
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한미 금리 재역전···한은 '빅스텝'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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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연말 금리 상단 4.4% 전망···한미 금리차 0.5~0.75%p
한은, "자본유출" VS "경기침체" 놓고 고심···빅스텝 밟을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례적으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밟으면서 내달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이 긴축의 날을 세우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 수준이 더욱 벌어지는 것은 물론, 높아진 원·달러 환율은 어느덧 1400원을 돌파해 물가상승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금리를 마냥 좇을 수도 없다. 1750조원(2분기 기준)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물론, 역대 최고 수준의 무역적자, 반도체 경기 하강 국면에 한국 경제는 이미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아서다.

미국의 금리를 좇자니 경기하방압력이 가중되고, 좇지 않으면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1bp=0.01%)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당초 '울트라스텝'(100bp 금리인상)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물가 오름세가 가팔지지 않고,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연준은 만장일치로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가 3.00~3.25%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2.5%)와의 금리차는 다시 0.5~0.75%p로 확대됐다. 내외금리차에 대해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점도표(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의 향후 금리인상 경로 전망이 매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는 점이다.

이날 새롭게 공개된 점도표에선 올해 연말 금리를 최대 4.75%로 전망했다. FOMC 위원 19명 중 18명의 위원들은 최소 금리가 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고, 경제전망에서 내놓은 금리 상단도 4.4%에 달했다. 앞서 시장에서 예상한 올해 금리 상단은 4.0% 내외였다. 특히 FOMC 위원 약 3명 중 1명은 내년 최종 기준금리가 5%까지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만약 한은이 오는 10·11월 기준금리를 25bp씩 인상한다고 해도 3.00%에 불과해 올해 전망되는 미국 금리 상단과의 차이는 최대 150bp까지 벌어진다. 이는 한미 간 과거 역대 최대 금리차 수준과 맞먹는다.

우리나라 금리가 낮은 내외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는 더욱 큰 자본유출압력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미 달러는 세계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실제로 뛰는 미국 금리에 세계 주요국 통화들은 달러 대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저지선이자 '빅피겨'(큰 자릿수)인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다. 급등하는 환율은 국내 수입물가를 높이고, 결국 물가상승압력으로 이어진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였던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면서 '빅스텝'(0.50%p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대폭 높아졌다"면서 "4%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전제 조건의 변화가 향후 우리 경제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과거 기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 연합뉴스)

그렇다고 마냥 미국 금리를 좇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리인상은 조달 비용을 높이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달 1~20일 중 기록한 무역적자는 41억5000만달러에 달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역·수출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경제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세계 주요국들이 고(高)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중되고 있다. 수출 경기의 핵심인 반도체 경기도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국책기관의 보고서까지 나왔다. 여기에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욱 높아질 경우 민간 경제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17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시한폭탄'이다.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할 경우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간 7% 수준까지 올라서는데, 금융감독원은 이 경우 19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는 올해 2분기 기준 4346조원에 달한다.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진행 중이며, 장기적인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내에도 이같은 전망이 반영돼 있다. 당국에서는 한미 금리역전과 관련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시장 내 상황은 다르다. 상당히 유의해서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세계 경제가 미국 경기 만큼 가파른 금리인상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금리인상을 가속화한다고 해도 따라 붙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정도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신흥국의 경우 달러 유동성의 문제가 터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줄도산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금리를 따라붙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지겠으나, 따라 붙는다고 해도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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