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전환 추진···기대·우려 공존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전환 추진···기대·우려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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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그린푸드 이사회서 투자·사업부문 인적분할 안건 의결
증권가 "주주가치 높일 수 있지만 한무쇼핑의 분리가 아쉬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현대백화점 본사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을 발표하며 배당성향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무쇼핑 분리로 가치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확인해보니, 지난 16일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투자부문)와 사업회사(사업부문)로 인적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적 분할이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으로, 기존 법인이 신설 법인의 주식을 소유하는 물적 분할과 대비된다.

두 회사의 분할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거친 뒤, 내년 3월 1일자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또한 각 주력 사업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한다. 교환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주식을 매수하는 대가로 현금이 아닌 자사 신주를 발행)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주력 사업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인적 분할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추진에 따른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한무쇼핑이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과 무역협회의 합작법인으로 무역점·킨텍스점·충청점·목동점·남양주아울렛·김포아울렛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결정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으로 분리된다. 두 회사의 분할비율은 현대백화점홀딩스가 23.24%, 현대백화점이 76.76%이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지주회사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각 사가 유통업 내에서도 각기 다른 신사업의 특화된 주체가 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은 그동안 오프라인 점포 출점에 주력해왔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 한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기 비전을 가진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두 회사를 양대 축으로 기존 유통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은 더현대서울의 성공적인 출점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넥스트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으로 사업회사의 영업가치와 우량 자회사의 자산가치 반영이 가능해져 기업 및 주주가치가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린푸드도 존속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현대그린푸드로 인적 분할도 공시했다. 두 회사의 분할비율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65.32%, 현대그린푸드가 34.68%이다. 회사 측은 향후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해 존속법인의 지주회사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현대리바트, 현대이지웰 등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를 담당하게 되며, ㈜현대그린푸드는 사업회사로서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건강식(그리팅) 사업 등의 식품사업을 전담한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한편, 주주가치와 주주권익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가, 다른 한쪽에선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란 평가가 맞서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후 추가 지분 매입 등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배당 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현대백화점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분할 이후 배당 정책은 두 회사의 배당 수준이 기존 현대백화점 단일 대비 확대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현대백화점의 현금 창출력이 업종 내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한 선제적 성장 동력 확보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혹평도 뒤따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명확한 명분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없기 때문에 지주사 설립 공시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열사인 한무쇼핑의 분리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업회사에서 한무쇼핑의 분리는 기존에도 평가를 받고 있던 백화점 사업부에 대한 분할을 야기한다"며 “이로 인해 한무쇼핑에 대한 순자산가치(NAV) 할인율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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