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적분할 대책, 소액주주 원성 잠재울까
[기자수첩] 물적분할 대책, 소액주주 원성 잠재울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적 분할은 도대체 누굴 위한 건가?"

기업들의 물적분할 소식을 알릴 때마다 주주들은 종목토론방에서 이같은 불만과 원성을 토로했다. 물적분할은 기존회사가 핵심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넘기는 것으로, 기존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로 소유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존회사의 검증된 핵심 사업을 보유한 자회사의 재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방안이다.

기업에서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업상의 이유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함으로써 좀 더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보유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 성장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핵심 사업이 분리돼 나간다는 점에서 물적분할은 시장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기존회사의 핵심 사업 부문이 자회사로 넘어가면서, 기존회사의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도 신설 법인의 지분을 받을 수 있지만,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기존 회사의 가치나 해당 사업부를 믿고 주식을 매수한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선택하는 물적분할이 무조건 나쁘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분별한 물적분할로 인해 모 회사의 사업성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물적분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축적됐다. 이는 물적분할을 결정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 발표 당시 주가가 전일 대비 8.8% 하락했으며, 만도는 -11%, 한솔홈데코는 -9.8%, 세중도 -0.9% 주가가 하락했다. DB하이텍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물적분할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전한 후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물적분할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과 관련해 일반주주의 권익 제고 방안을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입법 예고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기존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기존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은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이 평단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기업이 물적분할 관련 결정을 내리고, 공시한 이후부터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는 것을 감안 했을 때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가 어느 시점인지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해당 주가가 너무 높은 시점으로 설정될 경우 물적부담을 시도하는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평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되면 대안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소액주주와 기업,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집단을 모두 만족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소액주주를 배려하지 않은 물적분할로 기업이 투자자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 주식매수청구권을 필두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마련돼 소액주주들의 눈물이 마르기를 바래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