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찻잔속 태풍'···혼란 없었다 (종합)
6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찻잔속 태풍'···혼란 없었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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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행진에 3만명 참여···시중·국책銀 대조
시중은행 참여율 저조···'2차 총파업' 예고
16일 오전 10시 시청역 인근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16일 오전 10시 시청역 인근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6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5.2%의 임금 인상률과 주 4.5일제 시범근무 등을 두고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된 탓인데,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3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이 낮은 터라 당초 우려됐던 영업점 업무 차질 등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노조가 합의가 불발될 경우 2차 총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어서 한동안 노사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 집회·행진에 참여한 조합원은 3만명 정도다.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현장에 모였다는 설명으로, 금융노조 총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금융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온 것은 사용자 측과의 교섭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점포 폐쇄 중단과 함께 적정인력 유지,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된 요구사항은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시범근무다.

당초 6.1%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한 금융노조는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수정하고, 주 4.5일제의 경우 일부 직원에 한해 1년간 시범실시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사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은 2.4%다.

◇금융노조, '금융공공성' 주장···인근 교통 혼잡 극심

예고대로 진행된 총파업으로 이날 현장은 교통 혼잡이 극심했다. 교통경찰 200여명 등이 투입됐음에도 광화문, 시청역 인근 교통이 지연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군데로 뭉친 조합원들로 인해 인근 인도 역시 시민들의 도보 통행이 어려웠다. 

조합원들은 "9.16 총파업 승리" 구호를 외치며 '임금삭감 저지', '영업점 폐쇄 금지', '적정인력 유지' 등 목소리를 높였다. 본점 부산 이전으로 불만이 극에 달한 산업은행의 참여율이 높은 만큼,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반대한다'는 구호도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노조 측이 내세운 총파업의 명분은 '금융의 공공성 회복'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9.16 총파업은 사람을 살리는 파업,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는 파업,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파업"이라며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개악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점포와 인력을 줄이며 주주배당만 늘리려는 사용자에 맞서 금융공공성을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공기업의 재산과 기능을 재벌에게 팔아먹겠다는 걸 공공기관 혁신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면서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삭감, 인력감축, 자산매각, 직무성과급제 도입 시도는 금융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총파업을 지지했다.

◇"산은·기은 위주 참여···일선 은행 영업점은 큰 혼란 없어"

달아오른 현장 분위기와 달리 총파업에 앞서 가장 우려됐던 영업점 등 현장 혼란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파업 관련 각 은행에 검사인력을 파견한 금융감독원은 모든 은행의 전산시스템과 영업점이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주요 은행의 파업 참여율 자체도 높지 않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NH농협·산업·기업·수출입·부산·경남·광주·전북·대구·제주·수협 등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 수는 약 9807명(오전 10시30분 기준)이다. 파업 참여율은 9.4% 수준이다. 

특히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본점의 부산 이전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 중인 산은을 포함한 국책은행 노조의 파업 참여율은 40~80%대로 알려졌다. 이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의 경우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 수준으로 확인됐다. 노조 간부들을 제외하고 주요 시중은행 직원들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터라 영업점 업무를 포함한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의 불편이 크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얘기다. 일각에서 반쪽짜리 파업으로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파업이 예고된 후 여러 상황에 대비해왔다"면서 "노조를 제외한 참여율도 크지 않아 영업 차질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총파업 이후에도 노사 합의가 불발될 경우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2차 총파업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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