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권에 슬롯까지 내줘···대한-아시아나, 통합 목적 잃을라
이원권에 슬롯까지 내줘···대한-아시아나, 통합 목적 잃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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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성 완화 차원···인천~LA 대상
동남아 항공사 '눈독'···국토부, 항공회담 일정 추진
대한항공(사진 왼쪽)과 아시아나항공. (사진=각 사)
대한항공(사진 왼쪽)과 아시아나항공.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이 연내 아시아나항공간 인수합병(M&A)을 마무리 짓기 위해 정부와 손 잡고 외항사의 한국 노선 취항을 추진하는가 하면 일부 슬롯까지 내주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추진하다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돼 M&A 본연의 목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동남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의 인천∼미국 로스엔젤레스(LA) 노선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업결합의 키(key)를 쥐고 있는 미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M&A 심사 승인을 받기 위해서다. 그간 미국은 양사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독과점 해소를 강조해온 바 있다. 

이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는 '독점 노선'이 많다며 '조건부 승인'을 한 배경과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해오던 일부 인천~LA 노선 이원권을 타 항공사에게 넘기고,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원권이란 항공협정을 체결한 두 국가의 항공사가 자국에서 출발해 서로의 국가를 경유한 뒤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당초 대한항공은 미국 주요 항공사인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에 인천~LA노선 이원권 배분 의사를 밝혔지만 반응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항공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동남아시아 국가와 항공회담을 진행하기 위한 일정 조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부와 항공사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사 진입 계획을 미국 경쟁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각 경쟁당국으로부터 시장 경쟁 제한성 완화가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며 "다양한 항공사들에게 진입 요청을 하고 있고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신규 진입하는 항공사에게 이원권 배분 외 인천공항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도 내주는 조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단 국적 항공사 경쟁력이 약화됨은 물론, 밑지는 장사로 전락해 결국 득불보실(得不補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제3국의 항공사가 우리나라의 허브공항에서 핵심 노선을 운항하게 되는 것인데 결국은 자국 항공사의 운항 횟수가 감소하는 셈이라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며 "입지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합병을 하는 것인데 무리하게 추진하다 손해만 남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 경쟁성 완화를 이유로 인천~LA 뿐 아니라 유럽 노선 이원권과 슬롯도 추가로 배분해줘야 하는 상황도 생겨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각 국적항공사들이 지속 운항해오고 있어 유럽 노선의 경우 아직 논의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임의신고국가인 호주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조건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현재 미국과 EU, 중국, 일본, 영국 등 총 5개의 국가들로부터의 승인을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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