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역대급 실적 올린 정유업계, 신용등급 회복 '청신호'
상반기 역대급 실적 올린 정유업계, 신용등급 회복 '청신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제마진 안정화에 점진적 회복···CAPEX 투자 등 재무적 완충력이 관건
SK인천석유화학(사진=SK이노베이션)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하락했던 정유사들의 신용등급이 정제마진 방향성에 따라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각 정유사 별 시설투자 계획(CAPEX) 등에 따른 재무 완충력 수준이 신용등급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은 신용등급 AA등급을,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AA+, AA-를 받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각국의 봉쇄조치로 원유 수요가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AA+에서 한 단계 하향조정된 이후 현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석유제품 수요 위축과 원유 공급 과잉으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정제마진이 지속돼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신용등급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유업계 실적은 1년만에 뒤집어져 2021년 4사 합산 7조원 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의 5조원대 적자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액수다. 4사 합산 7조원대 영업이익은 2011년과 2016년, 2017년에 이어 4번째였다.

올해는 연초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간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사상 최고인 배럴당 약 3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힘입은 정유사들도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해 정제마진이 다소 축소됐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언급, 글로벌 정유사들의 시설 투자 축소 등으로 배럴당 6~8달러 수준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정유사들은 글로벌 추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어, 예측하지 못한 외부 충격만 없다면 점진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평사는 다만, 신용도의 개선 속도가 정유사의 재무적 완충력 수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고유가로 인한 운전자금 부담이 확대되면서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8조412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조2839억원으로 1조8710억원 늘었다. 

여기에 SK온의 프리IPO가 난항을 겪으면서 배터리 관련 투자에 내부 자금이 집중되고 있어 신용도 개선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2016~2018년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Residue Upgrading Complex)과 올레핀 하류시설(ODC, Olefin Downstream Complex) 등 대규모 투자에 이어 올 하반기 결정될 샤힌 프로젝트 재개에 약 7조~9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재무적 완충력 회복도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기존 석유 정제 사업 외에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 사업 진출을 설비투자를 말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추가 대규모 투자 계획이 아직 없고, 정제마진이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운전자금부담도 낮아져 재무적 완충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단기간 내 신용도 개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2022년 우-러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전환정책은 오히려 중기적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의 신용도도 산업 내 변화를 고려할 때 점진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신용도 개선 속도는 자금 소요에 따라 회사별로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이후 큰 폭으로 확대된 정제마진과 정유사들의 영업실적 개선이 등급 상향이 가능한 수준의 재무적 완충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