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주택 대출 완화?···DSR·高금리에 실효성 '글쎄'
15억주택 대출 완화?···DSR·高금리에 실효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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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대출규제 완화로 돌파구 모색
DSR로 한도 줄고 고금리 이자부담 커···시장 활성화 '의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카드로 '15억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완화 조치'가 거론되는 가운데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득에 따라 대출이 제한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아래에서는 결국 대출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결국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의 배만 불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규제 해제'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관련 가능성에 대해 "현재 (대출규제 금지)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아직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지역으로 묶여있는 부분은 필요하면 우선 해제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책을 먼저 낸 뒤 금융규제는 시간을 많이 두고 시장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에 이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들도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금지 폐지 등 규제완화 방안에 대해 언젠가는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나 현 시점에서는 검토·협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해명에도 정부 내부적으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해제 조치를 논의할 시점이 왔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현안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속해서 그렇게(15억 초과 주택 대출금지) 갈 수는 없고 언젠가 한번은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완화 조치가 떠오른 배경에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주(29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15% 하락해 일주일 전보다 낙폭이 0.01%p 커졌다. 특히, 수도권은 0.20%, 서울은 0.13% 하락해 각각 10년, 9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금리,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최근 주택거래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자 부동산 시장에 경착륙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경우 한국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한데,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완화 조치가 실제 시장 활성화 효과를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적용되는 'DSR 40%' 규제 아래에선 소득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15억원짜리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10억원(30년만기·금리 연 4%·원리금균등상환)을 대출받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연소득이 1억434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15억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고가주택 구매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나 자산가들만 제한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란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DSR 차주규제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고가 구간 LTV만 완화한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15억 초과 등 고가 구간대에서 집을 갈아타는 경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매매시장 활성화까지 예단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대출규제를 아무리 완화하더라도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주택 매매에 나설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44~6.334%, 고정(혼합)금리는 연 4.65~6.415%로 최저금리가 모두 4%를 넘어섰고, 최고금리는 모두 6% 초중반대를 기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집값이 금리가 오르자 한번에 잡혔다"며 "부동산시장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금리인데,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아무리 완화한들 매매시장이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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