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고통 감내? 얼마나? 언제까지?
[홍승희 칼럼] 고통 감내? 얼마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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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래 들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온 연준이 원칙적인 정책방향을 확실히 한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을 무시하고 금리로 해결하려다보니 실효를 얻기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궁핍함의 수준을 넘어 파멸적 결과로 몰릴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는 얼마나 지속될까. 코로나 팬데믹이 3년을 맞았지만 지금의 경기침체 또한 그보다 짧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전쟁, 이 전쟁이 당장 군사적 충돌이 진행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만으로 그칠지도 미지수다. 패권국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조바심이나 새로운 패권국 지위를 탐내는 중국, 냉전시대의 지위를 회복하고 싶은 러시아 등 그 어떤 국가도 욕심을 내려놓을 리 없고 또 각국 지도자들 역시 그들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배타적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경향성을 뚜렷이 보인다.

이런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가 맞부딪치며 편을 모으고 전선을 공고히 구축해나갈수록 모든 국가는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게 되고 지난 30년간 구축해온 글로벌 경제시스템은 붕괴되어 간다. 현재의 인플레이션도, 경기침체도 결국 그런 갈등으로 자원의 분배에 왜곡이 발생함으로서 초래된 것 아닌가.

본시 경기 침체가 반복될수록 계층 간 양극화는 심화되기 마련이다. 그 침체의 정도와 기간이 더해질수록 양극화의 속도 역시 더 빨라진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대개의 정부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게 되고 그에 따라 정책은 우왕좌왕하게 된다. 지금 미국의 금리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미국의 금리정책은 다른 국가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당장 한국의 처지만 해도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발생함으로써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아직까지 한국은행은 한·미 간 금리역전에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지만 그 금리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경우 닥칠 위험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건 굳이 전문가들의 예고가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금리인상에 더 주춤거릴 아주 중요한 요인이 있다. 가계부채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특히 지난 2년 정도 기간에 사회적 핵심 이슈의 하나가 된 영끌족들의 경우 그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외환위기 당시 숱한 파산가계를 만들어냈던 상황에 버금가는 파장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미국이 내년 초 금리 최저 예상수준이 연 4.25% 정도라 하는데 한국이 금리인상을 어디까지 지체할 수 있을까. 3%까지만 끌어올려도 숱한 가계의 파산, 특히 젊은층의 줄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판인데 과연 한국사회가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를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가늠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부동산 가격은 이미 '폭락'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매도자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폭락으로 향하는 전단계로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 실제 평균가격을 논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저가 아파트가 많은 변두리 지역이나 서울 외 지역에서는 2년전 가격까지 떨어졌다는 소식 또한 따르고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영끌족들은 대출금과 주택가격 사이에서 고민에 빠져들 수준이다. 투자든 투기든 목적으로 과도한 은행대출에 기댄 다주택자 보유자들의 물량이 쏟아질 시점이 언제가 될지에 따라 붕괴되는 가계들이 뒤를 이을 것이다. 적어도 과거 사례를 보면 그렇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잔재로 지난 80년 전후로 '부동산 거지'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었지만 현재의 영끌족들 가운데는 주택 뿐만 아니라 코인이나 주식 등으로 인한 새로운 빈곤층의 층위가 두터워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이 불가피해 보이기에 더욱 영끌족을 벼랑 끝에서 밀어내지 않기 위한 대비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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