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SDS '론스타 2925억 배상' 불복···책임론 다시 불붙나 (종합)
정부, ISDS '론스타 2925억 배상' 불복···책임론 다시 불붙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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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부 패소'···배상액 2925억·이자 185억 배상
배상 금액, 예비비·법무부 예산 등으로 지급할 듯
'취소신청' 등 2차전 예고···결과 따라 액수 달라져
한덕수·추경호·김주현·이창용 등 책임론도 재부상
지난 2010년 11월25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론스타 존 그레이컨 회장이 영국 런던 시내 그로버너 호텔에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식을 마친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11월25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론스타 존 그레이컨 회장이 영국 런던 시내 그로버너 호텔에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식을 마친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10년 가까이 끌어온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정부 사이의 국제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일부 패소했다. 중재 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2900여억원 배상을 명령한 가운데, 이자까지 포함하면 3000억원을 넘어서는 돈을 물어낼 처지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요구한 6조원 대비 배상 액수가 대폭 낮아졌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혈세로 배상할 수밖에 없어 당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전현직 관료들의 책임론 부상과 함께 정부가 론스타와 2차전을 예고한 터라 '론스타 사태'를 둘러싼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판정부는 31일 론스타와 우리 정부 간 투자자-국가 분쟁 제도(ISDS)에 대해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약 2925억원·환율 1350원 기준)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론스타 측이 당초 청구한 46억8000만달러(6조1000억원) 중 4.6% 금액이 인정된 것이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 법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같은 해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넘겨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음에도 금융 당국이 정당한 사유 없이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더 큰 이익을 남길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우리 금융 당국이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이자로 추산된 약 185억원까지 합하면 우리 정부의 배상금액은 3110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론스타 측 청구금액 대비 우리 정부가 95.4% 승소했다지만 3000여억원을 국민 세금을 들여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작지 않은 규모다.

배상액을 당장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정부는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후속조치 검토에 들어갔다.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취소 신청을 한다면 배상금 지급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어 결론이 날 때까지 배상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유월,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상의 사유에 해당할 경우 판정 후 120일 이내에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브리핑에서 "소수 의견에 따르면 우리 정부 배상액은 0원이 된다"며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번 판정은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취소 신청을 하더라도 이날 중재판정 결과가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례를 봤을 때 ICSID 설립 이후 취소신청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내야 할 이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취소 신청 인용 대신 배상규모가 최종 확정되면 정부는 예산을 통해 이를 지급할 방식을 정해야 한다. 업계에선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되는데, 취소 신청 여부와 결과 등에 따라 배상 액수와 지급방식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판정에서 정부가 일부 패소한 만큼 당시 외환은행 인수·매각 관련 승인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 제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시각 속에서 도의적 책임까지 피하진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부위원장이었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무처장이었던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이다. 추 경제부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론스타와 연관돼 있다. 이 총재는 2008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론스타가 인수 자격이 없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우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다는 점에서 론스타 관련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바 있다. 한 총리는 2005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말해 론스타를 옹호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한 총리는 론스타 문제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총리는 이날 판정 결과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론스타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저는 경제부총리로서 국회에서 2005년에 그런 상황에 대해서 제 소신도 얘기하고 답변도 하고 했었던 것이지, 하나의 그런 조치에 대해서는 저는 전혀 참여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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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변호사 2022-08-31 21:46:51
국제통상적 관점에서 ICSID 자체가 외국 투자자를 국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서 한국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이었는데, 미국 초대형 펀드를 상대로 96% 방어해 냈다면 사실상 대한민국의 완스이다 거기다가 소수의견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의견까지 이끌어 냈으니 이 정도면 거의 최고의 결과지 다만 소수의견 1인만 더 있었어도 한국 전부 승소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국제분쟁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데 못 나온게 아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