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빨라진 '1기 신도시 공약' 시계···졸속 우려도 커진다
[초점] 빨라진 '1기 신도시 공약' 시계···졸속 우려도 커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조속한 추진" 약속···5개 지자체장 간담회, TF 격상 등 
"무리한 추진 시 난개발 우려"···경기도와 불협화음도 문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1기 신도시 공약 후퇴 논란을 둘러싼 지역 민심이 들끓자 정부가 "조속한 추진"을 약속하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상황이 진정되기는커녕 정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난발하는 공언이 오히려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공약 후퇴'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1기 신도시를 빨리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단 하루도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추진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약속한다"며 "9월에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에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는 한편, 다음달 8일 5개 지자체장과의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마스터플랜 수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5개 시가 포함된 대규모 도시 단위 계획인 데다 주택 공급 확대 목표와 맞물려 고려돼야 할 사안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단지별 사업 추진 순서는 물론, 공급 확대를 위한 용적률 상향에 따른 세대·인구수 증가, 도시기반시설 계획 변경, 관련법 개정 등 다뤄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여기에 1기 신도시 문제를 놓고 원 장관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간 마찰도 불거지면서 정치적인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국토부와 경기도는 각각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전담 조직을 꾸려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 모두 상대방과 대화나 협력보다는 '패싱'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내달 예정된 국토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의 간담회에 김 지사는 배제됐다. 김 지사는 '도내 전담팀 개설'과 '도 자체 정비방안 마련 착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문가들은 정비 방안 마련 시작도 전에 소관 부처와 지자체가 불협화음을 내면서 1기 신도시 문제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무 중첩 및 효율성 저하, 개별 계획안 마련에 따른 혼선 가중 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1기 신도시 문제가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 내 여야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건국 이래 전례 없는 규모의 도시 재정비 사업인 만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정부 계획이 국회 정쟁에 부딪혀 암초를 만날 것이라는 우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당만 해도 9만7600가구가 살고 이에 따라 기반 시설도 맞춰져 있는데 이를 새롭게 다시 짜는 마스터플랜 수립은 아무리 빨라도 2~3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주민들의)표를 의식하고 공약 후퇴 논란에 따라 졸속으로 계획을 잡게 되면 나중에 난개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대선 공약을 내놓을 때 1기 신도시를 최적의 상태로 재건축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당장 비판을 받더라도 제대로 된 도시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반 시설과 단지 환경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주민 의견 청취와 여야 합의를 거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주택 공급 확대와 연결되는 만큼 용적률을 높일 수밖에 없고 연면적과 세대수 증가가 사실상 필연적"이라며 "학교,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은 물론 인동간격과 일조권, 용적률 인센티브 등 관련 법률 개선, 단지별 정비사업의 추진순서 등 다뤄야 할 사안이 상당하기 때문에 단기간 계획 수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목표 기한을 짧게 설정해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수준의 결과물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건축물이나 시가지는 한 번 만들고 나면 오래가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