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중 패권갈등이 향하는 길
[홍승희 칼럼] 미·중 패권갈등이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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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 이미 충분한 자금을 풀었던 미국은 빠른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환수에 들어갔지만 일본은 금리인하를 하지 않기로 했고 중국은 최근 200조원 가까운 규모의 부양책을 내놨다. 이미 내놓았던 경기부양책에 추가로 내놓은 부양책이다.

중국 경제에 대해 거의 봉쇄에 가까운 미국의 압박과 더불어 팬데믹 제로정책을 통한 중국 내부봉쇄의 후유증과 최근 잇단 기상악화로 인한 농업생산력의 급격한 저하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매우 급박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이 주로 공격하는 것은 첨단산업 분야인데 비해 중국이 실제적으로 타격받고 있는 부문은 중국경제 전반에 걸쳐있는 셈이다.

당초 미국이 중국과의 분쟁을 야기했을 당시만 해도 중국은 상당한 여유를 보였다. 중국첨단 분야에 대한 미국의 다방면에 걸친 압박에 희토류 등 원자재를 무기화하며 대응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은 사회 내부적 취약성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물론 공격하는 쪽인 미국도 그리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일단 팬데믹 기간이 길어진 여파로 허약해진 중산층의 상황과 초기에는 물류상황 악화에 따라 발생했던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심각한 우려를 발생시킬 수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팬데믹 기간 중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하게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 억제까지 겨냥한 빠른 금리인상은 세계적인 외환 압력을 강화시켰다. 미국 달러화 강세에 각국 환율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거의 모든 첨단산업 분야의 기초기술을 압도하는 나라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의 경우도 그 기반은 미국의 특허기술에서 출발하고 있다.

뒤늦게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 단위의 투자를 확대해온 중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규모를 확대했지만 그로 인해 미국의 경계심을 고조시켰다. 게다가 중국의 조바심은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의 보안의식을 더욱 강화시키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견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 세계를 향한 중국의 패권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트럼프 시절 미`중 무역분쟁이 터지면서 중국은 그 야망을 보다 노골화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일대일로 등으로 전세계 물류 유통망을 확대해나가던 단계를 넘어 홍콩 환수 이후 대만의 직접적 병합을 표명하고 남태평양 등지에 중국군의 기지 건설 야욕을 드러냄으로써 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군림하던 미국을 심하게 자극한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이런 반응은 글로벌 경제의 리더로서 전 세계에 걸쳐 미국 기업들이 활동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세계 경찰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 미군을 파병하는 동안 미국 내부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은 데 기인하기도 한다. 수많은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를 정책으로 채택한 데 따른 그림자가 짙었던 데 근본 원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미국 경제가 낡아가는 동안 신흥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그 나라의 막대한 인구와 땅덩어리의 위력에 더해 그 보다 무서운 성장속도로 미국의 위기감을 키웠다. 이런 중국의 성장은 미국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고 당연히 미국 정치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형편없이 낮아지고 심지어는 일시적이나마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나라들도 나타남으로써 각국 중간층 이하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상황 악화를 겪는 국민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 사회는 당연히 정치적으로도 위험도가 높아진다. 정치에 국민 여론이 잘 반영되는 사회에서는 단순한 정권교체 정도로 나타날 일이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는 좀 더 역동적인 권력교체를 부르기도 한다.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어떻게 지금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상당한 정치적 격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의 역대 정부가 빠른 경제성장으로 정치적 불만을 잠재웠던 만큼 성장동력을 잃는 순간 가라앉았던 정치적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이든의 미국 역시 차기 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치적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누구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꽃놀이패를 쥐었다고도 하지만 반대로 양팔이 당겨지는 고통에도 대비해야 한다. 모든 상황에 솔로몬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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