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 삼각구도로 재편된다
국내銀, 삼각구도로 재편된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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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투기펀드·외국계은행 정립 양상

국내 은행권의 지분 구조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토종 국내은행과 해외 투기성 펀드로 양대산맥을 이뤘던 국내 은행권이 HSBC 등 외국계 은행의 연이은 지분 인수 추진으로 양자대결에서 삼각구도로 변할 조짐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면>

3일 금융권에 따르면 HSBC가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 지분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국내 최초로 외국계 은행이 국내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럴 경우 프라이빗뱅킹(PB)에 국한돼 국내 영업에 한계를 보였던 소매금융시장이 토종과 해외자본의 경쟁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HSBC의 제일은행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씨티, 스탠다드차타드(SCB) 등 외국계 메가뱅크의 한미은행 인수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상이 성공할 경우 여타 대형은행들도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제일, 한미, 외환은행의 지분을 인수했던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론스타 등은 모두 투기 성격을 띤 해외 펀드였다.

따라서 이번에 한미은행의 지분 36.6%를 쥐고 있는 칼라일 펀드가 HSBC, 스탠다드차타드(SCB) 등 외국계 은행에 지분의 일부를 매각할 경우 한미은행은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투자 성격이 짙은 자금을 유치하게 된다.

HSBC 데이비드 엘든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미은행 등 한국 금융회사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값만 맞는다면 인수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 관계자는 “칼라일의 매각이 가시화됨에 따라 어디로든 넘어가는 게 기정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칼라일의 김병주회장이 한미은행 매각에 대해 언급했던 만큼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는 11월쯤 한미가 매각된다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각의 근거에 대해 “칼라일이 3년동안 100%가 넘는 고수익을 창출했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는다면 좋은 값으로 팔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며 “한미은행 매각자금으로 지난번 하나로통신 인수를 추진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칼라일 윤종하 한국지사장은 “우리는 자금여력이 있기 때문에 한미은행 매각자금을 하나로 인수에 쓰려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한미은행 매각관련 사안에 대해선 김병주회장이 오기 전에는 무조건 노코멘트”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중소형 은행 인수는 외국계의 국내 소매금융 시장 확대와 국내 중소형 은행의 독자생존 발판 마련 측면에서 ‘윈-윈’ 전략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만일 외국계 은행에 한미가 매각된다면 소규모 영업을 해왔던 해외은행들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투기성 펀드가 아닌 외국계 선진은행으로의 매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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