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달러에 장중 1340원···천장 뚫린 환율, 1400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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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2009년 4월 이후 13년4개월來 '최고'
긴축 완화 기대 되돌린 美연준에 위험회피↑
"强달러 막을 재료 부재···피봇 기대 어려워"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40원도 뚫어냈다. 무려 13년 4개월 만이다. 기존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정책 전환) 기대가 꺾이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문제는 당장 '슈퍼달러'를 억제할 수 있는 재료가 부재하다는 것.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환율이 14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25.9원)보다 13.9원 뛴 1339.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9.6원 높은 1335.5원으로 개장한 뒤 줄곧 오름폭을 확대했다.

특히 이날 오후 장중으로는 1340.2원까지 올라섰는데, 이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이다. 장중 1340원을 돌파했으나 이후로는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예상되는 물량으로 추가적인 오름세는 제한됐다. 이에 환율은 1340원 목전으로 마감했지만, 마감 기준으로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환율은 지난주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의 통화긴축 흐름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꺾이면서 재차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공개된 FOMC 의사록에는 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으며,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는 커지고 있던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를 꺾어버렸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대비 8.5%)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 내 기대 심리가 확산되자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급격히 금리를 올렸다 내리는 경로를 밟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자신은 9월 FOMC에서 0.75%p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등 연말 기준금리 상단이 4%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자 내달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다시 올라서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내달 23일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48.5%로 점치고 있다. 1주일 전 전망(39.0%)보다 9.5%p 확대됐다. '빅스텝'(0.5%p 금리인상)과 자이언트스텝 중 어떤 결정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따른 강(强)달러 흐름도 문제지만, 비(非)달러 통화국의 약세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 벨브를 잠그기로 하면서 에너지난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자행했던 대도시 봉쇄 여파가 경기 전반에 충격을 줬고, 인민은행은 실질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매크로(거시경제) 재료들이 더욱 악화된 부분에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며 "긴축 우려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유럽도 러시아 가스벨브를 잠근다고 하면서 에너지난이 가중되고, 중국도 경기 우려에 금리를 인하했다. 원화는 저평가, 달러는 고평가로 보고 있지만 상대적인 것이기에 과도한 레벨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슈퍼달러 현상을 막을 재료가 부재한 상황인 만큼, 환율이 최대 1400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환시장 흐름은 원화만 유독 약세인 것도 아니고,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에 따른 영향이 기저에 깔려 있다"며 "여기에 위안화·파운드화·유로화 모두 경제 펀더멘털 우려로 약세 흐름을 보여 원화도 같이 약세를 보인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부정적으로 보면 1350원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고, 1400원까지도 상단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오는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서 피봇 신호가 감지되는 등 긴축 우려가 소폭 완화된다면 오름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대외건전성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양호하다는 점에서 위기를 가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대외적 요인이 일부 진정된다면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 환율 상단을 기술적으로 1360원까지 열어둘 수 있으나, 20원 넘게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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