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 업계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
보험대리점 업계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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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대리점업계 6년 만에 거리 집회 개최
업계 "불공정경쟁 불보듯 뻔해···진출 반대"
(사진=유은실 기자)
보험대리점 직원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와 보험설계사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해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험대리점 업계는 오는 23일 금융당국의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앞두고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대리점업 진출 허용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 방안으로 핀테크의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자, 보험대리점업계는 결과적으로 은행·증권에 이어 보험판매까지 빅테크에 넘겨주는 '일감 몰아주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는 22일 오후 12시30분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대리점 진출 저지와 보험설계사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보험대리점업계가 집회를 연 것은 지난 2016년 '저축성보험 차익 비과세 축소 철회 요구' 이후 약 6년 만이다.

조경민 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45만명의 보험 영업인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6년 만에 다시 거리에 나섰다"며 "플랫폼 기업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아닌 자영업자가 많은 영세업종에 거침없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빅테크의 보험대리점업 진출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보험대리점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온라인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서비스가 보험판매 중개행위로 규정되면서 해당 서비스들이 중단, 제한됐으나 최근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적용해 보험비교서비스가 허용될 수 있도록 정책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대리점업계는 빅테크 측이 사이버마케팅(CM), 텔레마케팅(TM), 대면 등 모든 보험영업 채널의 영업방식을 허용하고 모든 상품을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금융당국에 했다고 밝혔다. 또 특정사의 제휴독점 방지룰 불요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대리점업계는 빅테크의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골목상권 침해'로 규정한 이유로 '불공정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꼽았다. 빅테크들이 거대 자본과 수천만의 고객 DB확보를 통해 정보 독과점, 높은 소비자 접근성을 내세운다면 보험판매시장에서 단번에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회장은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방대한 고객DB를 사용해 영세보험 영업인의 보험상권을 침해하게 되면, 보험판매업에서 불공정경쟁과 설계사의 소득감소 그리고 일자리 축소가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보험설계사들이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상품인 자동차보험까지 허용할 경우 급격한 시장잠식뿐만 아니라 생존권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모집채널과 동일한 형태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보험대리점업을 영위하게 되면, 서비스의 제공내용과 방식에 있어 보험대리점과 전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채널간 갈등이 유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비자 편익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조경민 회장은 "소비자가 충분히 가입 필요성을 인지하지 않고 온라인플랫폼에서 화면버튼 클릭과 서명만으로 보험을 가입하게 되면 계약체결 이후 소비자의 질병, 상해 등 보상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해당사자인 보험대리점업계와 보험영업인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 신임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사전예고 없이 8월 초부터 온라인플랫폼의 보험대리점 허용 관련 논의와 의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금융위가 지난 18일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금융산업분과 회의서 보험대리점업계 의견을 단 한차례만 수렴했다"며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 내일(23일) 열리는 금융규제혁신회의 2차 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예고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보험업계도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이미 은행과 증권업에 진출해 단기간 내 시장을 장악한 이력이 있는 만큼, 보험대리점업에 진입하게 되면 기존 시장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들의 보험대리점업 진출이 전면 허용될 경우, 고객 확보 능력을 내세워 보험판매 영역에서도 장악력을 빠르게 확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회사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으나 가격 협상력을 잃은 보험사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시장 구조로 개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보험대리점업계는 이날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채택, 전달했다. 향후에도 생존권 사수와 빅테크의 보험대리점 진출 반대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유은실 기자)
보험대리점업계는 22일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사진=유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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