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원·달러 환율 1300원대 '고착화'?···언제쯤 내려올까
[초점] 원·달러 환율 1300원대 '고착화'?···언제쯤 내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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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인플레 피크아웃 기대에도 환율, 1300원대 횡보
우크라 전쟁·美긴축 지속, 중국 불황 우려 '상방 리스크'
무역적자·순채권국 흐름, 원화 약세·달러 강세 지지 요인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재차 1320원대로 올라섰다. 최근 물가 정점론에 대한 시장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6월 이후 1300원 위로 올라선 환율은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강(强)달러 흐름이 후반부에 접어섰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연말까진 1300원대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10.3원)보다 10.4원 뛴 1320.7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재차 1320원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15일(1326.1원) 이후 약 한 달만이다. 지난 6월(23일 1310.8원) 12년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두 달여동안 1300원을 크게 밑돌지 않고, 1300원선을 중심으로 작은 박스권을 형성 중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지표들은 '물가 정점론'에 힘을 실어준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주도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8.5%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8.7%)를 상당폭 밑돌았다. 또한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최근 90달러 밑으로 내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공급망압력지수 등도 내림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둔화를 점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하지만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과 국내 무역적자 흐름이 지속되는 등 대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의 높은 환율이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대외적 요인인 미국의 강력한 금리인상 기조가 가장 크다. 지난달 미국 CPI의 급등세가 소폭 꺾이면서 시장 내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간밤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연준 위원들은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근거는 아직 어디에도 찾을 수 없으며,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연준은 올해 연말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내비치고 있으며, 내달 FOMC에서도 최소 '빅스텝'(0.5%p 금리인상) 이상의 보폭을 내딛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금리(2.25~2.5%) 상단은 한국(2.25%)보다 높으며, 이달 한은에서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내달 연준의 금리인상이 진행되면 내외금리차는 더욱 확대된다. 내외금리차 확대는 곧 자본유출에 대한 압력으로 연결되고, 달러를 찾는 수요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무역적자 등 대내 펀더멘털이 부진하다는 점도 있다. 이는 강달러 못지 않게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의 '빅피겨'(큰 자릿수)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1300원을 웃돈 때는 지난 1997년 말~1998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2001년 미국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한정된다.

특히 과거 위기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특징은 무역적자다. 우리나라가 수출국가라는 점에서 대외지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교역조건 악화 등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가 원화 가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올해 무역적자는 무려 229억3000만달러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중 14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원화 가치 간 상관계수는 0.96에 달한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환율은 점차 우상향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순채권국이란 대외금융자산이 대외부채보다 많은 국가를 의미한다. 즉, 빌려온 외채보다 받아야 할 채권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말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 7441억달러)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율 상승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이런 관점에서의 문제제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환율은 올해 연말까지 1300원대의 높은 구간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달러 강세의 사이클이 적어도 중후반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당장 (환율이) 1300원대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말까지 1300원대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연준의 긴축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중국의 경제 불황까지 맞물린 상황은 단순히 (1300원대의) 레벨만 놓고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긴축 속도가 유달리 빠르게 나타난 데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면, 하반기 이후로는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및 공급망 회복 등으로 볼 때 달러 강세는 점차 완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내려가고, 공급망 차질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3분기 말께 (환율이) 1300원을 내려설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이 성장률 방어에 선방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일부 완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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