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철근 입찰 담합 11개사 과징금·고발···업계 "이의신청"
공정위, 철근 입찰 담합 11개사 과징금·고발···업계 "이의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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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제철)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현대제철 등 11개 철강사들이 수년간 조달청이 연간 1조원 규모로 발주하는 철근 입찰에서 낙찰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철강사들에게 2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및 전·현직 직원들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 철강사들이 사전에 입찰 예행 연습까지 하면서 공공 부문 철근 입찰을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2012∼2018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입찰 가격을 합의(공정거래법 위반)한 제강사 7개와 압연사 4개 등 11개 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천565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현대제철 866억1천300만원, 동국제강 461억700만원, 대한제강 290억4천만원, 한국철강 318억3 천만원, 와이케이스틸 236억5천300만원, 환영철강공업 206억700만원, 한국제강 163억4천400만원 등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대비 이번 과징금 규모는 현대제철이 3.5%(21년 영업이익 2조4475억원), 동국제강의 경우 5.7%(21년 영업이익 8030억원) 등으로 한자릿수에 그치지만,  대한제강은 14%(21년 영업이익 2,018억원), 한국철강은 15% (21년 영업이익 1033억원)로 두자릿수 비중이다. 지난해 이익의 상당금액을 과징금으로 내야할 상황인 셈이다.

공정위는 또 담합을 주도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7개 제강사 법인과 전·현직 직원 9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1년 또는 2년 단위로 연간 130만∼150만톤(약 9천500억원)의 물량을 입찰한다.

입찰은 납품 장소·철근 규격 등 분류별로 기업들이 희망 계약수량과 단가를 내면,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기업부터 차례로 입찰공고 물량에 도달할 때까지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이런 희망 수량 경쟁입찰에서는 입찰자가 낸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최저 입찰가격이 다른 입찰자에게도 적용됐다.

이에 따라 담합에 가담한 14개 사업자(3개 사업자는 파산 또는 폐업해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는 각자가 낙찰받을 물량뿐 아니라 입찰 가격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8건의 입찰에서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생기지 않았고, 투찰율(예정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은 대부분 99.95%를 넘었다. 관련 매출액은 발주금액 기준으로 약 5조5천억원 수준이다.

기업들은 각 업체의 생산능력, 과거 조달청 계약물량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배분했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 입찰 담당자들이 우선 만나 물량 배분을 협의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나머지 압연사 입찰담당자들과도 만나 업체별 낙찰 물량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찰 가격은 쪽지 등을 통해 전달하면서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들은 입찰 당일 대전역 인근 식당 등에 모여 배분 물량, 투찰 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주택·건설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력 파급력이 큰 철근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행위를 시정한 것"이라며 "원자재·중간재 담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 대해 철근 제조사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번 공정위 제재를 받게된 철강사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결정 내용을 분석해 이의신청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다른 철강사 관계자도 "관수 철근 가격은 보통 민수 철근 가격의 95% 수준 안팎에서 결정돼 공익적 성격이 있는 사업"이라며 "문제가 불거진 만큼 내부 준법교육을 강화하고 공정위 결정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부분에 대해선 행정절차를 밟겠다"고 전했다.

한편 철근 시장 관련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18년 철근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6개 철강사들에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지난해 대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줘 과징금이 최종 확정됐다. 공정위는 또 지난해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구매 가격을 7개 철강사가 담합했다며 총 3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업체 대부분 과징금을 납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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