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車 손해액 눈덩이, 1200억 '훌쩍'···손보사 손해율 '비상'
침수車 손해액 눈덩이, 1200억 '훌쩍'···손보사 손해율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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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마이삭' 2020년 피해 규모 1157억원 넘어서
연 손해율 1~2%p 상승 예상···보험료 인상 우려도
11일 집중호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집중호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이틀간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로 자동차 침수피해 규모가 12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연신 갈아치우고 있다.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오는 12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돌풍과 천둥을 동반한 비를 예고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업계는 예측하기 힘든 기상이변이 지속되는 데다 아직 끝나지 않은 비소식까지 고려하면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1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손해보험사 12곳에 집중호우로 발생한 차량 피해 접수 건수는 9189건을 기록했다. 추정손해액은 1273억7000만원이다. 손해액은 이미 지난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1184억을 기록하며, 역대급 장마·태풍피해 기록을 세운 2020년 7~9월(1157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엔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자동차보험 풍수해 추정액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 집중호우가 쏟아졌던 2011년은 993억원, 우리나라에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던 태풍 매미는 총 911억원의 손해액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폭우 피해를 주요 보험사로 좁혀 살펴보면, 이날 정오 기준으로 손보사 빅 4(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접수 건수는 7811건에 달했다. 추정손해액은 1082억6000만원으로 차량 피해 규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이틀 동안 자동차 침수피해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돌파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손해액이 치솟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강남 등 수도권 피해가 집중된 데다 예고없이 물폭탄이 쏟아지는 바람에 손해액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폭우가 기습적으로 내리면서 서울 내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겼고, 차량 상당수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부유층 밀집 지역인 서초의 경우 저지대에 있어 도로 침수 피해가 더 컸고, 고가인 외제차 침수 차량도 다수 발생했다. 차가 침수되면 거의 전손처리로 폐차되기 때문에 손해액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손해액도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551억8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 건수 기준으로는 국산차(2073건)가 외제차(1326건)보다 많지만 추정 손해액은 국산차 206억1000만원, 외제차 345억7000만원으로 외제차 손해액이 국산차보다 139억6000만원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수도권 복구작업이 진행되면서 차량 침수 피해 접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전국에 또 한차례 비 소식이 예보돼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광복절 이후 16~17일 새로운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면서 또한차례 집중호우를 예고했다. 기상청은 "16일 정체전선상 대기 불안정 정도가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시간당 141.5㎜ 비가 내렸을 때와 비슷하거나 심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침수 피해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 손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손보사들은 침수 피해 보상 접수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연 기준으로 1~2%포인트(p)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접수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 정확한 손해율을 집계할 수는 없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이번 폭우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2%p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요 대형사의 경우 월 손해율로 보면 3%p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자동차보험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유가상승, 코로나19 등에 영향을 받아 전년 대비 2%p 하락하면서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금융 당국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이번 폭우로 보험료 인하 카드를 꺼내기 어려워졌다. 손해율 악화 상황에 따라 오히려 보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피해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는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폭우 여파가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접수가 마무리되고 최종 손해율 등이 나오면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험료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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