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승혁 클레온 대표 "딥휴먼 기술로 소통혁신"
[인터뷰] 진승혁 클레온 대표 "딥휴먼 기술로 소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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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서 인정받은 클레온 'AI 커뮤니케이션 기술'
"디지털 휴먼 기술, 은행·보험·증권에 활용할 여지 많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유튜버 씬님이 영상에 나와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런데 미국이나 중국, 스페인에 있는 외국 구독자들도 그녀의 소개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영상 속 인물의 목소리를 30초 만에 학습해 입술 모양까지 합성하는 세계 최초 다국어 더빙 시스템 '클링'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무장한 글로벌 AI 커뮤니케이션 기업 클레온(KLleon)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2개의 혁신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17회 2022년 IT World Awards'에서 3부문 동시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야말로 핫한 기업들이 몰려든다는 AI·딥러닝 무대에 한국 스타트업이 중심에 선 것이다. 

진승혁 클레온 대표. (사진=클레온)
진승혁 클레온 대표. (사진=클레온)

올해 창업 3년을 맞는 이 기업의 성공적인 데뷔 뒤에는 진승혁 대표(29)가 있다. 과학고 졸업 후 한양대학교에서 융합전자공학을 전공하던 공학도였던 그의 대학생 시절을 가만히 듣다 보면 '프로 딴짓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만의 것'을 찾은 사람의 확신과 여유로움도 느껴진다.

진 대표는 클레온 창업 전 전공 서적이 비싸다는 이유로 중고 서적 플랫폼을 만들었고, 인테리어 업자에게 들쭉날쭉한 가격 체계를 따져 묻다가 인테리어 맞춤 자동화 플랫폼도 창업하는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클레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염색한 머리에 편안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는 첫 인상은 '힙'했다.

◇ "구글이 검색 혁신이라면, 클레온은 소통 혁신을"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클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클레온)
클레온 직원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클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클레온)

"구글이 검색 혁신을 이뤘다면 저희 클레온은 소통 혁신을 이룰 겁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원하는 대상과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고 싶어요. 그 대상이자 시작점이 바로 '디지털 휴먼'입니다."

진 대표가 비전으로 내건 디지털 휴먼은 클레온의 AI 딥러닝 기반 영상 생성 기술인 '딥 휴먼'으로 만들어진다. 딥 휴먼은 한 장의 사진과 30초의 짧은 음성 데이터로 영상 속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실시간에 가깝게 생성하고 변환시킨다. 

클레온은 사람들이 기계를 통해 디지털 휴먼을 만나더라도 마치 실제 친구처럼 느낄 수 있도록 '소통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의 책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시공간 제약이 있는 빌게이츠를 대신해 빌게이츠 디지털 휴먼에게 바로 질문할 수 있다. 꼭 빌게이츠가 아니라도 괜찮다. 빅토르 위고, 셰익스피어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 속 세계적인 대문호들과의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 

진 대표는 이를 '대화의 창이 열린다'고 표현했다. 결국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소통 욕구'와 '지적 욕구'를 회사 비전과 목표에 녹였다는 것. 그는 멀지 않은 미래에 디지털 휴먼이 우리 일상에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화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누구든지 이야기를 걸 수 있고, 언어가 다르더라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을 예측했다.

진 대표는 "인간이 보다 더 쉬운 소통을 하기 위해서 투자를 아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몇 년 뒤에는 바로 소통이 가능한 50억명의 디지털 휴먼이 우리 일상과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클레온은 지난 5월 가상 인물을 제작할 수 있는 ‘클론(Klone)’, 6월엔 원본 인물 목소리를 활용해 입모양까지 함께 변경 가능한 자동 영상 더빙 SaaS 솔루션 '클링(Klling)' 서비스 등을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 쉽지 않은 보험사 CRM 혁신···'디지털 휴먼' 고객 접점에 녹인다

보험 CRM에 활용되는 디지털 휴먼. (사진=클레온)
보험 CRM에 활용되는 디지털 휴먼. (사진=클레온)

디지털 휴먼 관련 기술은 성역을 두지 않고 뻗어 나간다. 플랫폼 전성시대를 걷고 있는 금융권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최근엔 MZ세대를 잡기 위한 신성장동력과 소통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보험업계와 '고객관계관리(CRM) 동맹'을 맺고 있다. 클레온은 삼성생명, 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에게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CRM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진 대표는 "실제 유저 데이터를 조사해보니 고객들이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콜드콜을 기피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전화를 하는 데다 본인도 보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보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다 보니 TM 영업 자체가 고객들에겐 부정적인 경험이 된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텔레마케터 소개와 보험분석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클레온이 디지털 휴먼 기술로 만든 영상 DB를 보험사에 제공하면, 보험사들은 텔레마케터와 고객 정보를 자동으로 렌더링 해 영업에 필요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잠재고객이 콜드콜을 받기 전에 해당 영상을 먼저 보게 된다면, 영상 자체가 보험 니즈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는 동시에 TM 영업 채널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진 대표는 디지털 휴먼 관련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설계사 고객 관리와 신규 고객 영업에도 혁신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텍스트 작업이 많은 증권사에선 디지털 휴먼 기술이 '내부보고'에 활용되기도 한다. 그는 "KB증권과는 텍스트에 목소리를 입혀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며 "실제 인물의 목소리와 사진을 적용할 수 있어 내부 보고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쪽에서 클레온이 할 수 있는 분야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보험·증권뿐 아니라 은행권과의 다양한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올바른 기술 지향···"미국 출격 준비 완료"

최근 인공지능(AI)·가상인간(Virtual Digital Human)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의 대체 가능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생각하는 클레온 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어디일까. 진 대표는 클레온의 비전 중 하나를 '기술 악용 방지 및 피해 예방'으로 설정했다. 

그는 "기술에는 항상 양과 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우리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신 에너지를 구축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력의 폭탄이 만들어지면서 전쟁에 악용되는 사례도 지켜봐야 했다"며 "디지털 휴먼 관련 기술은 이런 점에서 위험성이 높은 기술이기 때문에 좋은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 놓고 지키는 것이 클레온에게는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에 활용하자는 유혹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사람을 모집할 때 직업윤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업무 과정에서도 자체 필터링을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거친다. 사내 문화에 기술 악용 방지와 피해 예방을 녹여내려 노력하고 있다"며 "클레온의 AI·딥휴먼 기술은 인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레온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다. 현재 미국 법인 설립은 마무리 단계다. 또 일본의 토요시마·테레비도쿄, 싱가폴 국립과학박물관 등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글로벌 진출로(路)를 확대하고 있다.

진 대표는 "클레온 기술이 소통에 집중해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글로벌화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특히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싱크탱크를 만들고 글로벌 전략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나라마다 소통 방식과 가치관이 다른 만큼, 나라별 전략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며 "예컨대 콘텐츠·부동산 시장 규모가 큰 일본에서는 해당 분야들을, 4개 국어를 사용하는 싱가폴에서는 번역 분야를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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