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車보험 손해율 하락···당국, '보험료 인하' 카드 만지작
고물가 속 車보험 손해율 하락···당국, '보험료 인하'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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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차보험 손해율 2%p↓···고유가·제도 개선효과 '톡톡'
업계 "계절적 요인에 원가 인상 가능성···지속성 장담 못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대비 2%p 하락했다.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당초 예상과 달리 차량 운행량이 크게 늘지 않아서다. 이에 잠잠했던 자동차보험료 인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차보험료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6%대 고물가가 두 달 연속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험당국은 자동차보험 실적 개선으로 차보험료 추가 인하 여지가 생겼다는 판단하에 손보업계에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손해율 개선 효과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일 수 있는 폭염·장마·폭설 등 계절적 요인이 대기하고 있는데다 기름값까지 꺾이면서 자동차 이동량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당국이 차보험료 인하를 밀어부칠 경우 손보업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 11곳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0.7%로 지난해 동기 대비 2%p 하락했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p 개선되면 업계 전반적으로 1500억원의 손익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적용하면 올 상반기 손해율 개선에 따라 절감된 손실액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엔데믹 기조가 형성됐지만, 치솟은 유가에 영향을 받아 이동량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동차 운전 관련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손해율 관리 환경이 한층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차량운행 정상화에도 차량고도와 시내속도제한 등 제도개선 효과 지속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만년 '적자상품'으로 여겨지던 자동차보험은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78~80% 정도를 적정 손해율로 보는데,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첫해인 2020년 상반기 상위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3.5%p 감소한 83~84%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손해율은 78.5∼79.4%로 4년 만에 8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이 상위 4개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85%에 달한다. 

이처럼 손해율 개선세가 지속되자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4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2~1.4% 인하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1.2% 인하)를 비롯해 △KB손해보험(1.4%) △현대해상(1.2%) △DB손보(1.3%) △메리츠화재(1.3%) 등 손보업계 빅5가 일제히 자동차보험료를 내렸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올해 보험료 인하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지만, 물가 안정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보험료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보험료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 품목에도 포함되는 우리나라 '물가 척도' 중 하나다. 보험료가 서민 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최근 치솟은 물가 상황이 보험료 인하 논의를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보험사들은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휴가를 떠나는 이동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때 이른 폭염에 이어 태풍 소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이동량 증가는 손해율 증가로 이어지는데, 특히 여름 휴가철엔 여행객이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종합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9.7명이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업계는 해외로 나서는 여행객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해외여행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 여행을 계획한 여행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태풍도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폭염엔 교통사고와 자동차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다. 또 태풍·홍수 등으로 인해 차량이 침수되거나 파손된 경우가 많아지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들썩이기도 한다.

지난해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 타이어 펑크 사고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타이어 펑크 사고는 66% 늘고 긴급출동 서비스는 31% 가량 증가했다.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강타한 2020년 당시엔 자동차보험 풍수해 추정액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졌던 2011년은 993억원, 우리나라에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던 태풍 매미는 총 911억원의 손해액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끊이지 않는 비 소식과 무더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위터에 따르면 6월23일부터 7월7일까지 한글 트윗 기준으로 320만건이 넘는 날씨 관련 트윗이 발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3%나 급증한 수치다. 이 기간엔 국내 실시간 트렌드에 '호우주의보', '폭염 경보'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폭염, 장마, 폭설 등 손해율을 높이는 계절적 요인들이 더 많기 때문에 손해율 개선에 따른 보험료 인하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최근 유가도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하반기에 이동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 물가 상승 여파가 정비요금, 의료비 부담을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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