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달' 신한EZ손보···'디지털 보험사' 자리매김, 쉽지 않네
'출범 한달' 신한EZ손보···'디지털 보험사' 자리매김,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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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상품·서비스 출시 없고...앱 출시도 '아직은'
'리스크 관리 플랫폼' 지향, "준비 부족" vs "신중"
"혁신 작업 실행 후 상품·플랫폼 계획 본격 착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EZ손해보험 본사에서 열린 '신한EZ손해보험 공식 출범식'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격려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EZ손해보험 본사에서 열린 '신한EZ손해보험 공식 출범식'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격려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지난 1일자로 신한금융그룹의 16번째 자회사 '신한EZ손해보험'이 출범 한 달을 맞았다. '디지털 기반 손해보험사'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긴 하지만, 주력 상품 리스트와 플랫폼 전략을 확정하고 영업에 나설 만큼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권에선 신한EZ손보 전신인 BNP파리바카디프손보가 B2B사업을 주력으로 했던 만큼 사업 모델 전환과 그룹사 시너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있지만 손해보험시장에서 기존 입지가 적은 데다 출범 이후에도 본격적인 활동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한다.  

신한EZ손해보험은 출범과 동시에 자동차 신용보험 상품인 '행복두배대출상환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신한손보가 새로 출시한 상품이 아닌 카디프손보의 상품을 이어받은 것이다. 신한EZ손보 홈페이지에도 신용보험 상품으로 카디프손보 약관이 올라와 있다. 사실상 신한EZ손보가 개점한 이후 자체적으로 출시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없는 셈이다.  

디지털 기반의 손해보험사이자 일상생활 리스크 관리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도 아직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이란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에 축적된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대상을 일컫는데, 일단 고객 데이터를 모으거나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나 인프라가 당장 없기도 하거니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규모만 놓고 보면 준비 여건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 1분기 기준 원수보험료는 97억원이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원수보험료인 4조8847억원과 비교하면 너무나 작은 수치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거둬들인 전체 보험료로, 시장 규모와 회사별 점유율을 비교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보험권 관계자는 "과거 카카오 등 플랫폼사들은 금융업에 진출하자마자 획기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면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었다"며 "이와 달리 신한EZ손보는 이름만 내걸고 새로운 상품·서비스·앱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출범 전까지 신한금융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신한EZ손보로 이동할 직원들을 구했던 것으로 안다"며 "신한EZ손보가 개점하더라도 바로 인력·디지털 자원을 채워 공격적인 영업이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한금융이 그룹 차원에서 신한EZ손보를 인수하고 출범시켰기 때문에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간 다수의 금융사가 디지털 전환과 다양한 플랫폼 전략을 시도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 만큼 신한EZ손보도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EZ손보를 이끌고 있는 강병관 대표가 1977년생으로 젊은 수장이라는 점, 디지털 기술과 보험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점 등도 우려보다는 기대를 갖게하는 점이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IT 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일한 이력이 있고, 전 회사인 삼성화재에서는 투자관리파트 부장을 역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금융사들이 디지털 시장에 관심을 가졌지만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앱과 상품을 출범 이후 즉시 출시한다고 해서 시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하진 않는다. 디지털로 체질 개선하는 데는 적절한 고민과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라 평가를 내리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신한EZ손보 대표 자리에 40대 중반으로 젊은 데다 외부 인사인 강 대표를 선임했다는 것은 도전이나 혁신에 있어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신한 금융의 지원과 계열사 시너지까지 더하는 큰 그림에서 신한EZ손보의 존재를 이해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EZ손보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기존 카디프손보 상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쉽게 말해 안 팔리는 상품에 대해서는 정리를 하고 잘 팔리는 상품은 보완·강화하기 위한 세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상품과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 설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상품에 대한 분석과 함께 별도 상품개발도 계속해서 준비 중"이라며 "사업 모델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거쳐 상품 리스트가 마무리되면 플랫폼 구축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EZ손보는 향후 생활 밀착형 보험상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단기 상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카디프 손보의 장·단점과 단기, 장기 상품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 전략을 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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