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 "물류 업계의 구글 되겠다"
[탐방]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 "물류 업계의 구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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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이사. (사진=서울파이낸스)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이사.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산업 생태계의 주도자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는 기업들은 많다. 그러나 어느 산업이든 해당 생태계에서의 주도자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자본과 기술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외 디지털 물류 플랫폼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가 1일 서울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포부다. 차분한 목소리 톤이지만 자신감이 느껴졌다.

트레드링스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 기업이다.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상화물을 위주로 한 물류비 견적 솔루션인 '링고(Lingo)', 화물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쉽고(Shipgo)' 솔루션을 수출입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링고, 쉽고 두 가지 서비스에 화물, 거래처, 서류 등의 데이터를 등록·관리하는 통합 서비스인 '짐고(Zimgo)' 솔루션를 개발 중이다. 짐고는 올해 말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이같은 물류 관련 솔루션들은 주로 수출입 기업들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B2B(기업 대 기업) 사업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라방, 공동 구매, 해외 직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사업자들도 구매와 판매 규모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물류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트레드링스의 물류솔루션은 B2B와 B2C(기업 대 개인)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된다. 사업 확장성 면에서 B2B, B2C 시장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트레드링스 물류견적시스템 '링고' (사진=김호성 기자)
트레드링스 물류견적시스템 '링고' (사진=김호성 기자)

박 대표는 트레드링스의 뚜렷한 목표를 차분하고도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링고, 쉽고, 짐고를 주축으로 하는 트레드링스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 생태계에 왜 들어가야 하는지 상당수 수출 및 물류 기업들이 수긍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트레드링스가 하고 있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은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을 통한 제품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물류 산업 자체가 급속히 성장한 데다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물류를 처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CJ대한통운, (주)한화 기계부문,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많은 기업들이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로봇, 드론, AI(인공지능), 자율운반, 디지털전환(DX), 풀필먼드, GTP(Good To Person) 등 4차산업의 여러 기술들이 스마트물류 구축을 위해 적용된다.

근래들어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마저 서비스로서의 물류, 이른바 LaaS(Logistics as a Service)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물류 로봇 인재 확보에, 현대위아는 협동 로봇과 자율주행 물류 로봇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 물리적인 물류시스템 자체에 대한 기술 최적화 또는 고도화에 속한다. 

트레드링스가 하고 있는 물류 데이터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은 대기업들 가운데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기업들이 내놓은 화물운송 견적 서비스가 있지만 이 서비스 이면에는 트레드링스의 데이터가 디지털화되어 들어가 있다.

수출 및 물류 기업들은 물류비 견적, 화물 모니터링, 수출입 이력 관리 등 복잡한 정보들을 엑셀 파일에 수십~수백 개의 셀을 나눠 선적의 이동 과정을 적고 있다.

수출입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만 해도 B/L(선하증권: 적재 화물의 명세 포장 수하인 등에 대한 명시 서류)에 들어가는 항목 안에 송하인(Shipper), 수하인(Consignee), 도착통지처(Notify Party), 본선명(Ocean Vessel) 선적항(Port of Landing), 양륙항(Port of discharge),  도착지(Place of Delivery), 최종목적지(Final Destination) 컨테이너 번호 등 수많은 정보들이 들어간다. 컨테이너 하나를 통째로 임대하느냐(FCL), 다른 기업 제품과 혼적하느냐(LCL)에 따라 파악해야 할 데이터는 다시 나뉘어지고 더욱 복잡해진다.

회사 내에 존재하는 정보가 아닌 수많은 선사 및 터미널의 스케줄 등 외부 정보를 끌어와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포워딩을 해 주는 포워더들이 국내에만 4천여개 이상 존재한다. 포워더들은 화주 대신 화물 운송에 필요한 업무를 처리해 주는 대리자,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이 많은 대리자들이 있다는 것은 물류산업의 데이터가 그만큼 복잡하고 정형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트레드링스 화물모니터링 '쉽고' 솔루션. (사진=김호성 기자)
트레드링스 화물모니터링 '쉽고' 솔루션. (사진=김호성 기자)

그럼 대기업들도 하기 어려운 물류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트레드링스는 어떻게 이뤄냈을까. 인터뷰를 하러 가면서 사실 이게 가장 궁금했다. 트레드링스로서는 기술 노하우일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이같은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 오픈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특정 기업 내 데이터일 경우 해당 기업과 데이터 연동(API)을 하는 한편 위성사업자와의 협약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 취합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분석하는데도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 해상 데이터의 99% 이상의 커버리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를 끌어와 정제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인 RPA를 쓰듯, 트레드링스도 RPA에 상당한 기술 투자를 하고 있다.

데이터 커버리지가 정확하고 넓을 수록 트레드링스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들에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드링스가 유연한 근무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이유도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있어야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트레드링스에는 화제가 되고 있는 혁신기업에서 개발업무를 수행한 인력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그럼 오픈되지 않은 수많은 다른 기업 내부에 있는 물류 정보들은 어떻게 타게팅하고 데이터 연동을 이끌어 냈을까?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내 대표 상선회사에서의 근무한 경험을 소개했다.

"상선회사에 입사해 물류 업무를 하면서 눈에 가장 들어온 부분이 아날로그에 가까운 물류 데이터 처리 방식이었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수년간 생각했다"

즉, 데이터 연동을 해야 할 주요 대상 기업과 기관들을 미리부터 파악해 둔 뒤, 정보 연동을 위해 공을 들인 것이다.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이사(왼쪽)가 자사의 물류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트레드링스)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이사(왼쪽)가 자사의 물류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박 대표는 "2015년까지만 해도 시장이 열릴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확신이 서는 시장은 이미 열려 있고 경쟁자들이 들어서 있는 시장이다. 당시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았음에도 본인 스스로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 디지털 물류에 관심이 생기고 팬데믹 때문에 디지털 전환 니즈가 강해지며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2015년 설립 당시 테크 기반 수출입 물류 회사가 없어서 백지 상태에서 사업을 스케치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먼저 시작한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벤치마킹하거나 참고할 회사가 없었던 사업 초기 때의 상황은 오히려 시장을 선점할 기회였다.

박 대표는 "오래전부터 시장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에 대한) 니즈를 받아들이면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었는데 최근 시장의 니즈가 강해지면서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회사 방향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이제는 협력사가 되어 있다"며 사업 초기와 현재의 분위기를 비교해 전했다.

그는 "시장의 니즈 분석을 통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장이 바뀔 것을 알기 때문에 시스템을 미리 만드는 것"이라며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아이디어와 관련한 그의 생각을 강조했다. 

트레드링스의 선박 모니터링 솔루션 '쉽고'에 현재 화물이 이동하고 있는 경로가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진=트레드링스)
트레드링스의 선박 모니터링 솔루션 '쉽고'에 현재 화물이 이동하고 있는 경로와 위치가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진=트레드링스)

현재 트레드링스와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은 LG화학, LS니꼬동제련, 이랜드, 두산, 현대, 삼성전자로지텍, 대림코퍼레이션, 코스코 쉽핑 등 많은 기업들이 있다. 현재도 국내 대기업집단 물류 계열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부 기업들은 트레드링스의 물류 데이터를 자사의 시스템에 연동하는 API 방식을 쓰고 있다.

박 대표는 "정보통신(ICT) 산업에서 구글이 구글플레이 상에 수많은 기업들의 앱을 입점시킨 것처럼, 디지털 물류 데이터 산업에서는 트레드링스의 데이터를 많은 기업들이 끌어가 API화 하도록 하는 것 역시 또 다른 관점에서의 생태계 구축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같은 물류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PVC로 요약되는 세 가지 포인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PVC를 풀면 P(product / 프로덕트) V(visibility / 가시성) C(connection / 연결)이다. 이를 구현한 솔루션이 각각 '링고(Lingo)', '쉽고(ShipGo)', '짐고(Zimgo)'다.

박 대표는 '링고' 솔루션에 대해 "중소·중견기업 및 개인사업자들이 주로 쓰는 물류 견적 서비스로서, 규모가 크지 않은 화주들이 수출 제품을 운송하는데 드는 물류비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가 없으면 화주들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물류 중개 서비스를 하는 수많은 포워들에게 연락해 견적을 내야 한다. 화주가 보낼 물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전화, 이메일을 보내도 견적을 받아보는게 쉽지 않다. 박 대표는 최근 들어 중견 기업들의 이용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를 제법 갖춘 기업도 수입 제품의 생산지가 2곳 이상의 복수인 곳은 물류 절차를 정하는 데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우르오스, 바이오더마, 알페신 등의 유통 총판을 하고 있는 예건에프앤씨(YEGEUN F&C)는 기존 수입 제품 이외 독일의 인기 기저귀 품목인 몰텍스 등 수입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링고' 솔루션을 이용했다. 제품의 출발지는 독일과 체코로 구분되어 절차가 복잡했다. 그러나 '링고' 솔루션을 통해 포워드사의 견적 비교와 컨테이너 물동량에 대한 프로세스를 한 번에 해결했다.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트레드링스의 물류비 견적서비스의 점유율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기대다.

박 대표는 "물류비 견적서비스에서 '링고' 솔루션은 메타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저 출시한 플랫폼으로서의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영역인데다가 기술 특허, 비즈니스 특허 등을 보유함으로써 후발 주자들의 진입에 대한 대비도 해뒀다.

물류 데이터를 시각화한 '쉽고'는 이미 주요 대기업과의 제휴가 이뤄진 데 이어 제휴 대상이 가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솔루션이다. 공급망 관리 솔루션(SCM)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구현했기 때문에 수출입 기업들이 도입하기 용이하다.

박 대표는 "SCM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납기일을 맞추는 것인데, 물류의 위치를 시각화하면 도착 예정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준다"며 "기존에는 사람이 수기로 관리를 했다면 자동화 프로세스와 시각화를 통해 이 작업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거래처를 상대로 월 수천건에서 수만건의 화물 배송을 해야 하는 대기업의 경우, 물류 위치 정보를 기존처럼 수기를 통해 정확히 관리한다는 것은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레드링스의 화물 모니터링 솔루션 '쉽고'에 구현된 물류데이터. (사진=트레드링스)
트레드링스의 화물 모니터링 솔루션 '쉽고'에 구현된 물류데이터. (사진=트레드링스)

트레드링스는 이 두 솔루션을 포함해 전체적인 수출입 물류 업무를 자동화하고 포워더와 협업 관리가 가능한 '짐고(Zimgo)'를 개발 중이다. 마치 회계 데이터에 있어 더존비즈온, 경리 나라의 솔루션이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비슷한 구도다.

박 대표는 "수출입 분야에서 전체적인 수출입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은 없었다"며 "짐고가 출시되면 수출입 물류 정보를 엑셀로 관리하고 포워더들과 전화 메일을 통해서 연락하고 있는 현재의 환경이 자동화된 디지털 환경 안에서 관리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의 이러한 목표와 트레드링스의 행보에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벤처캐피탈들도 이미 자금을 투자했다. 이미 진행된 시리즈A 투자에는 에이벤처스, 하이투자파트너스, BNK벤처투자 등 7여 곳의 벤처캐피탈이 참여했다. 현재는 시리즈B 투자를 진행 중이다.

"설득만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받을 만한 가치를 이루는 길을 걷고 있을 때 투자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제안을 하게 된다."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도 박 대표는 뚜렷한 자신의 철학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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