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하반기 실적 먹구름···"예측조차 어려워"
정유업계, 하반기 실적 먹구름···"예측조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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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경기침체로 원유가격보다 석유제품 가격 더 빨리 하락
"겨울철 정제마진 반등 있겠지만 상반기 수준 실적 기대 못해"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정유업계의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원재료인 원유 가격 하락보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더 빨리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2달러 수준까지 덜어진 탓이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3주차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9달러였다. 지난 21일에는 2.71달러로 연주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달전인 6월 3주차 24.41달러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최근 물가상승과 경기 위축 전망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축소돼 재고가 늘었고, 가격은 빠르게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세계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사계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올해 1월만해도 4.4%였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1.2%p나 낮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9%로 1월의 3.8%보다 0.9%p 하향조정됐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수도 있다"며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세계 물가는 지난해 4.7% 오른데 이어 올해는 8.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전망들이 이어지자 산업체들의 석유제품 수요가 줄고, 재고는 늘어나면서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 6월 21일 휘발유(92RON)가 배럴당 153.63달러, 경유(0.05%)는 177.10달러였다. 그런데 7월 25일에는 휘발유 105.62달러, 경우 123.91달러로 각각 31.25%, 30.03%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6월 24일 4억1560만배럴에서 15일 4억2660만9000배럴로 2.65%(1100만배럴) 늘었고, 휘발유 재고도 같은 기간 2억2160만배럴에서 2억2843만5000배럴로 3.08%(683만배럴) 증가했다.

반면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6월 21일 배럴당 109.52달러에서 이달 25일 96.70달러로 11.71%하락하는데 그쳤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가공한 뒤 판매한 가격 차이로 정유사들의 주요 수익지표다.

일반적으로 정제마진이 4~5달러 수준이면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국내의 경우 주요 수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OSP(Official Selling Price)를 추가로 붙여 팔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훨씬 높다. 최근 사우디는 국내 정유사에 OSP를 9달러 수준으로 매겨 판매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국내 정유사들은 적자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현재의 상황이 일시적인지, 장기화할지 예측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 급등이 나타났으나, 그로 인한 물가 급등과 수요 위축으로 다시 가격 급락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정유업계가 사상최대 실적 수준의 수익을 냈지만 하반기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해 실적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겨울철 등·경유 수요 강세로 정제마진 반등이 다시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에너지 대란 상황에서 상반기 수준의 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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