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사업 재편 이랜드리테일, 새판 짠다
[초점] 사업 재편 이랜드리테일, 새판 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부터 6개 점포 닫고 자산 유동화···3개 법인 물적 분할해 경쟁력 제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이랜드리테일 뉴코아 강남점. (사진=이랜드리테일)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자산 유동화에 치중했던 이랜드리테일이 새판짜기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체질 개선에 힘쏟는 모양새다.

27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하이퍼마켓 사업과 패션 브랜드 사업을 각각 물적 분할해 새 법인 이랜드홀푸드와 이랜드글로벌패션을 설립한다. 분할존속회사 이랜드리테일은 특정 매입 사업을 통해 입점 수수료와 임대 수익을 거두면서 부동산 개발 및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중간 지주사 구실을 하게 된다. 지난달 29일 물적 분할 결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했고, 이달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마쳤다. 분할 기일은 10월 초 확정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의 물적 분할에 대해 향후 기업공개(IPO) 도전이 쉬워질 것으로 여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프리 기업공개(상장 전 자금조달)를 성사시켰지만,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상장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의 주가순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몸값이 책정된 탓이다. 중국과의 무역분쟁 등 시장 악화도 한몫 했다. 2019년 3월엔 재무적 투자자의 자금 회수(Exit)를 위해 상장 전 자기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이랜드리테일의 주력 사업인 도심형 아울렛 실적이 부진에 빠졌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유통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비효율 점포를 닫고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2020년 이랜드리테일은 대구 동아백화점(동아아울렛) 본점과 엔씨(NC)백화점 커넬워크점, 이천일(2001)아울렛 수원점, 뉴코아아울렛 안산점, 뉴코아아울렛 모란점을 폐점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01아울렛 철산점이 문을 닫았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점포는 44개다.

자산 유동화는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서울파이낸스'가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7424억원, 영업이익 7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7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90% 치솟았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29억원으로 전년 순손실(2256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89.8% 줄었다. 지난해 부채총계는 3조660억원으로 부채비율(118%)이 전년(157%)보다 39%포인트(p) 줄었다.

이랜드리테일의 조직 개편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7월 안영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안 대표는 중국과 유럽 등에서 이랜드의 해외 사업을 이끌어왔다. 올해 초에는 윤성대 전 이랜드파크 대표가 이랜드리테일의 공동 대표로 발탁했다.

공동 대표 체제 전환 이후 이랜드리테일은 사업 부문을 리테일운영부문·하이퍼부문·글로벌패션부문으로 개편했다. 개편 사업 부문에 독립적 운영을 위한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물적 분할의 밑바탕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랜드리테일은 3개 전문회사 분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3개 전문회사는 금융 차입금 없이 시작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랜드홀푸드는 킴스클럽과 NC식품관을 운영하면서, 지분 투자한 오아시스와 손잡고 산지 신선식품 시장과 온라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이랜드그룹 외식 계열사인 이랜드이츠와 협업을 통해 가정간편식 및 식자재 구매 부문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 이랜드글로벌패션은 40개 패션 브랜드와 NC픽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브랜드 직수입 사업을 운영하며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이랜드리테일은 NC·뉴코아·2001 등 아울렛 중심 운영 전략으로 외연 확장이 어려웠지만, 물적 분할을 계기로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럭셔리갤러리, NC픽스 등 글로벌 구매 역량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IPO 계획은 결정된 바 없다"며 "사업이 재편되고 전문성이 강화돼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또 "분할될 회사는 경영의 투명성과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져 투자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점 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스포츠와 여성복, 제조·유통 일괄형(SPA) 패션 브랜드 사업으로 대표되는 이랜드월드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온·오프라인 모두 경쟁력을 갖췄다"며 "물적 분할 중인 이랜드리테일은 3개 법인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켄싱턴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와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도 매출이 크게 늘고 있어 하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