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에 맞서 인플레 막아라"···지구촌은 지금 逆환율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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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 장기화
'1달러=1유로', 달러 대비 원화가치 -8.4%
경기침체 우려에도···위험회피 심리 지속
(사진= 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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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강력한 금리인상 기조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강달러'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과거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통화가치를 절하했던 것과 달리, 고(高)환율에 따른 물가 불안 및 자본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른바 '역(逆)환율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위험이 지속되면서 비(非)달러 통화들의 약세 국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강(强)달러 기조가 올해 지속되면서 비(非)달러 통화들의 약세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통화(블룸버그 현물환 지수)는 달러 대비 -3.8%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7.0%까지 확대됐다. 아시아 통화(-2.1%→-6.9%) 역시 같은 기간 약세폭이 커졌고, 중남미(-7.5%→-3.0%)에서도 약세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유로화의 가치는 20년 전 수준까지 떨어져 달러를 1대 1로 교환할 수 있는 '패리티(등가)' 수준에 달했고, 한국 원화(-8.4%)도 약세폭은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아울러 인도·일본·필리핀 등의 국가들도 자국 통화 가치가 초장기 저점을 경신하는 등 환율 불안이 대두되고 있다.

이렇듯 달러 대비 세계 통화가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하는 데에는 글로벌 통화 긴축 속에서도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 행보에 따른 영향이 크다.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서도 미국은 물가상승률이 41년 만에 9%대를 돌파하는 등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한 번에 정책금리를 75bp(1bp= 0.01%)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이달에도 50~75bp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울트라스텝'(1.0%p 금리인상)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 기조에 세계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최근 108선까지 올라서면서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세계 금융시장 자본은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이동하게 되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본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경기 활력을 죽이고,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역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달러의 수요를 확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은 고환율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세계가 고물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은 고물가에 기름을 붓는 꼴이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방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고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축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과거 환율전쟁은 통상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싸움이라면, 최근에는 중앙은행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스스로 평가절상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55개국 중앙은행이 2분기(4∼6월)에만 최소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횟수가 62차례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달에만 이미 17차례 이뤄졌는데, 이런 움직임은 2000년 이후 처음일 뿐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능가한다는 게 해당 매체의 설명이다.

급변하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개입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홍콩·싱가포르·인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강세에 맞서 외환 순매도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달러 이외의 통화 약세 국면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글로벌 위험회피 환경이 인플레이션에서 리세션으로 옮겨간다고 하더라도 하반기 내 강달러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면서 "현재 유럽 내 금융분절화 우려도 쉽게 사그라들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고 해도 이미 현실 경제 타격도 상당해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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