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경영진까지 동참한 건 이례적···인수 염두"
"규모·CB 등 과제 산더미···코로나 이후 지켜봐야"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공격적으로 HMM 지분을 사들여 최근 3대 주주에 오른 SM그룹의 행보에 재계와 증권가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그룹 측은 지분 매입과 관련해 '단순 투자'라고 밝혔으나 그간 대한해운,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 등 다수의 해운사들을 인수한 이력이 있기에 시장에서는 우오현 회장이 추후 HMM 민영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셈'이라며 양사의 인수합병(M&A)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다분하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상선을 비롯한 SM그룹 계열사, 우 회장 등 특별관계인 18인은 HMM의 지분을 총 6.29% 보유함으로써 최근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지분율 순위로는 △SM상선 2025만1375주(4.0%) △대한상선 235만5221주(0.48%) △SM하이플러스203만8978주(0.42%) △우 회장(128만7300주·0.26%) △우방(109만 2315주·0.22%) △STX건설(105만 6000주·0.22%) △대한해운(71만5000주·0.15%) 등이다.
현재 HMM의 최대 주주는 산은으로, 1억119만9297주(20.69%)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진공이 9759만859주(19.96%) 보유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민간 기업으로는 SM그룹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셈이다.
앞서 그룹은 지난해부터 HMM의 주식을 점진적으로 매입해왔다. 이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HMM 인수설'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와 해운업계에서는 의구심을 품는 모양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지금까지 HMM 주식 매입을 위해 사용한 자금은 1조원에 육박하는데 SM상선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이었다"면서 "그저 단순 투자일 뿐인데 계열사와 우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까지 주식 매수 행렬에 동참한다는 것은 인수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해운사 관계자도 "SM그룹은 다수의 M&A를 통해 성장한 회사"라며 "특히 SM상선이 '미주노선을 시작으로 운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지속 언급한 것으로 보아 HMM과의 시너지 확대를 내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SM그룹은 지난 2005년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을 시작으로 경남모직(2006년), 남선알미늄(2007년), 티케이케미칼(2008년) 등 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해운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도 M&A를 통해서였다. 2013년 당시 업계 4위이던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진출했고, 2016년 벌크전용선사 대한상선,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품게 되면서 지금의 SM상선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SM그룹의 계열사는 총 81개 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SM그룹이 HMM 경영권을 인수하기에는 이전 M&A 사례와는 달리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먼저 몸집 규모다. 프랑스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HMM의 선복량은 81만4557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글로벌 선사 중 8위를 기록하고 있다. SM상선은 8만5407TEU로 22위를 기록했다.
자산 총액에서도 차이가 크다. HMM의 자산 총액은 17조8000억원으로, SM그룹의 13조7000억원보다 훨씬 많다. 여기다 HMM의 시가총액은 11조원이 넘기 때문에 주식만 50% 확보를 하려 해도 5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또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의 전환사채(CB·대략 2억7000억원)도 남아있어 HMM 인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조원가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인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4일 새 둥지를 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M그룹의 지분 매입은 공식적으로 밝혔듯 '단순투자'일 뿐"이라며 "우리도 회사를 더 튼튼하게 해주는 투자자라고만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키도 했다.
또 다른 해운사 관계자는 "SM그룹 전체 계열사의 유동자산이 4조2917억원, 현금성 자산은 7022억원에 불과하기에 지금 당장으로는 HMM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맞다"면서도 "다만 SM상선, 대한해운, 대한LNG, 창명해운 등 친환경 시대에 도래하면서 증가하는 수요 급증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이어가고 있고 투자여력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된다면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