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에 이중고 겪는 보험사···ESG채권, 대안될까
'자본 확충'에 이중고 겪는 보험사···ESG채권,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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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5%p 인상···보험사 "자금조달 이자비용 부담"
KB손보·교보생명, ESG채권 발행···"수요 높은 ESG채권 급부상"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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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결정하면서 보험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자금확충을 위한 보험사들의 채권 발행이 잇따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채권 발행 금리도 올라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기준금리 인상, 경쟁 심화 등 악화된 자본조달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ESG 채권발행'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인상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내린 빅스텝 결정은 한은 역사상 최초이며, 3회 연속 인상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5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채권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발행사이기도 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은 '양면의 동전'과 같다. 금리가 오르면 신규 채권의 이자수익도 늘면서 투자 손익이 개선되고 이자역마진이 감소할 수 있지만, 건전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매도가능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가용자본 항목도 감소해 건전성 지표가 떨어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리인상발(發) 건전성 악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RBC비율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만큼 자본확충 부담은 여전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채권금리도 높게 형성되고, 결국 금리 영향으로 보험사 이자 부담이 커지면 자연스레 자본확충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 

여기에 급변하는 시장 상황도 부담이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시장금리 상승까지 이어지는 데 일정 시간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잇따른 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 오름세에도 가속이 붙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부터 자본확충 이슈가 탓에 보험사들이 이미 채권을 다수 발행한 터라, 시기나 수요 예측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반기 채권발행을 예고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초 시기나 규모를 어느 정도 정해 놓고 채권발행을 준비했지만, 시장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시기, 규모 등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며 "특히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수요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수요 충족을 못했을 경우,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다 보니 채권발행을 놓고 다양한 관점에서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본조달 환경이 여의치 않다 보니 보험업계에서는 'ESG 채권' 발행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요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인데, ESG 관련 목표가 있는 기관투자자들에게는 ESG채권의 매력이 일반 회사채보다 높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시장 상황이 위축돼 투자자와 ESG채권 관련 수요가 이전보다 줄긴 했어도 관심도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은 지난달 각각 5억달러(한화 약 6250억원), 2860억원의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발행했다. 비슷한 시기 채권발행에 도전했지만 수요 미달을 기록했던 타보험사들과는 다르게 시장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9월 발행한 '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지속가능채권)'에 대한 ESG 매칭 투자는 3개월 여만에 마무리됐다. 회사는 당초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기에 자산운용 매칭에 성공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도 신용 등급과 수익성·지급여력비율 등 종합적인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채권투자기관의 수요가 몰렸다"며 "지난해 9월 ESG채권의 경우에도 매칭 기간을 1년 정도로 잡았는데 ESG채권 형태로 발행하다 보니 투자 수요가 극대화되면서 3개월 만에 매칭 투자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채권을 발행하면서 ESG를 끼워 넣으면 발행금리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채권을 발행한 KB손보의 조달금리는 4% 후반대 정도인 반면 흥국화재의 조달금리는 6% 중반대까지 올라갔다"며 "금리인상으로 평균 조달금리가 올랐어도 ESG채권에 대한 수요가 있어, 금리가 일반 회사채보다 조금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장 상황 악화로 ESG채권이 줄어든 점과 ESG채권 발행에 드는 추가 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회사채 발행 비용과 엇비슷하기 때문에 자본조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2022년 6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ESG 채권발행 규모는 금리 급등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전월 대비 3362억원 감소한 6조214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반적인 상황은 전에 비해 어려워졌지만 기관투자자들의 ESG채권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ESG채권 형식의 후순위채권 40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ESG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 모집금액의 1.5배 가까운 수요가 몰리면서 최종 발행금액도 1300억원 증액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최근 ESG채권 발행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기관 수·채권 발행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평가"라며 "최근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 채권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들어가는 등 ESG채권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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